“투쟁의 노래 부르지 않아도 그의 용기는 이미 충분한 저항”
“대마도로 끌려간 최익현이 단식에 돌입했을 때 잔인한 일본군도 단식을 말리려 노력했습니다. 목숨 걸고 단식하며 만나달라는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갈치시장이나 방문한 대통령을 두둔하는 자들, 심성이 이러니 일제 통치도 좋게 보이는 거죠”라며 “역사학자 전우용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참 불쌍한 국민입니다. 우린”
역사학자의 말보다도 이승환이 남긴 짧은 의견은 그대로 이 시대를 관통하는 표제어였다. 우린 2014년 너무 불쌍해졌다. 어린 생명들 수백 명을 바다에 수장시킨 나라에서 그 잘못을 가리겠다는 법을 만드는데 여야의 뜻이 갈리고, 보다 못한 유족들이 단식을 해가며 투쟁해야 하는 것이 그렇다. 그런 우리들에게 남이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중 하나인 가수 이승환이 말한 것이 질타인 동시에 위로가 된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주진우 기자가 “루게릭 환우들을 생각합니다. 의식이 또렷한데 근육이 점점 굳어간다니 정말 진짜 아 생각만 해도 아픕니다. 의식은 또렷한데 차디찬 얼음 같은 바다에 어른들을 기다리다 그렇게 간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중략) 아 자식을 가슴에 묻고 왔는데 그런데 외면하는 차디찬 얼음 같은 이 사회를 생각합니다. 손가락질 하는 그런 사람들도 또 생각합니다.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 해버리는 대통령의 인간됨도 다시 한 번 또 생각해 봅니다”라고 한 말도 정말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김장훈이나 이승환처럼 큰 용기를 내지 못하더라도, 얼음물을 뒤집어쓰며 세월호에 잠긴 아이들을 누군가는 떠올렸을 것이지만 그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모두들 말조심을 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우리 국민들은 참 불쌍하다. 예능이 중단되고, 티비에 출연하는 모두가 노란 리본을 달던 때에는 그토록 자연스럽던 세월호 희생자 추모가 이제는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렇게 모두들 숨을 죽이는 말없는 공포의 상황에 이승환의 동조단식 선언은 노래보다 더 큰 위로와 실천이 필요한 시기에 아주 적절한 행동이다. 장기간 단식을 이어가는 유민아빠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모략과 음해가 판치는 상황을 시원하게 종식시키는 큰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이승환은 이로써 이 시대에 정말 빛나는 가수, 노래보다 그의 삶이 더 아름다운 가수라는 것을 알 게 됐다.
그가 비록 저항의 노래, 투쟁의 노래를 부르지 않더라도 그의 용기는 이미 충분한 저항이 됐다. 그의 용기는 점점 커져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질 것이다. 아니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이 침묵하더라도 적어도 여름이 다 지나도록 아직 여름을 맞지 못하고 여전히 한겨울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잠겨있을 유가족들의 추운 가슴을 녹여줄 따뜻한 위로는 되어줄 것이다. 이승환의 단식동참을 열렬히 환영하며, 그의 아름다운 행보에 감사를 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