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액체 ‘불산’은 관리 안해…‘예견된 인재’
삼성반도체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와 관련, 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부소장은 삼성의 위기대응능력의 미숙함과 행정체계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번 사고는 일어나려고 만반의 준비가 돼 있었던 “예견된 인재”였음을 강조했다.
지난 2일 화성환경운동연합 주체로 동탄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열린 ‘삼성반도체 불산 누출 주민설명회’에서 김 소장은 “환경부와 고용노동부가 불산을 다루는 방식에 차이가 있어 피해를 키웠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자체 방제계획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주변 지역에 이를 알려야 하고, 알리는 방법까지도 세부적으로 나와 있다. 불산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반경 2km이내는 위험, 반경 3~5km까지는 풍향이나 풍속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액체 상태인 불산은 유해물질관리 대상이 아니고, 기체 상태인 불화수소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환경부와 달리 공정안전보고서를 작성하게 돼 있는데, 삼성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기준에 따라 공정안전 보고서만을 작성하고 있다.
공정안전 보고서는 말 그대로 주변지역은 고려대상이 아니어서 공장 안의 문제만을 파악하게 돼 있어 주변지역까지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의 사고지점은 8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공장과 주택이 서로 인접해 있다. 특히 가장 큰 피해지로 예상되는 능동마을은 공장 바로 뒤편 반경 1km 미만 거리에 위치해 있다. 불산 사고 발생시 환경부의 기준을 적용했다면 삼성은 주민들에게 사고 소식을 알리고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했다.
이날 주민설명회에서 “삼성에서 사용되고 있는 유해물질 현황”에 대해 발표한 반올림 이종란 상임 활동가는 “이번 불산 사고로 인해 삼성의 안전관리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알게됐다”면서 “그 동안 백혈병 피해자들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증언들이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한편, 김 부소장은 불산에 노출됐을 경우 자각증상에 대해 “낮은 농도의 불산에 노출되면 눈과 목이 따가운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구미 불산 사고에서 봤듯 최악의 경우 즉사까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산의 위험성을 황산과 비교하며 “황산에 노출된 나뭇잎의 경우 잎만 타들어가지만 불산은 겉은 멀쩡하지만 안으로 스며든다는 데 큰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김정수 부소장에게 “불산이 얼마나 위험한지” “삼성이 어떤 유해물질을 사용하는지” “불산에 노출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을 털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