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부실 수사 안 하고 선박부실에만 매달려온 검찰
선박 부실과 구조 부실이 정점에서 만나 일어난 사고가 세월호 참사다. 선박 부실 원인을 규명하려면 청해진해운과 관련업체를 둘러싼 비리와 해피아와의 유착관계를 규명해야 한다. 구조 부실의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해경과 행안부, 해수부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구조부실 수사 안 하고 선박부실에만 매달려온 검찰
선박 부실에 있어 선주회사인 청해진해운과 그 배후인 유병언이 핵심 수사대상이라면, 구조 부실의 경우 현장 책임자인 해경과 사실상 콘크롤타워 역할을 한 청와대가 핵심이 된다. 하지만 검찰은 ‘유병언 수사’에만 매달려 왔다. 동원된 검경 인력은 170만 명. 지난 70일 동안 대한민국은 ‘유병언 사냥터’였다.
‘유병언 사냥’은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신출귀몰하는 ‘괴물’과 그를 집요하게 좇는 검경, 여기에 구원파와 금수원이 사냥놀이 감상에 재미를 더해주는 소품으로 등장했다. 식상할 즈음이면 해피아가 큰 문제라며 해운업계 비리 수사결과를 양념으로 찔러 넣었다.
선박 부실에만 수사가 집중돼 왔다는 건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도 잘 드러난다. 그간 340며 명을 입건해 140여 명을 구속시켰다. 구속자 중 ‘구조 부실’과 관련된 경우는 단 한명도 없다. 모두 선박과 연관 있는 이들이다.
유병언 부풀려 그 뒤에 숨은 구조부실 책임자들
유병언은 언론에 의해 크게 부풀려져 덩치가 산만한 괴물이 됐다. 덕분에 구조 부실의 책임자들은 ‘괴물’을 방패 삼아 몸을 숨겼고, 검찰은 숨은 자들에게 매우 관대했다. 정권 비호를 위해 ‘허슬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구조 부실’의 최종책임자인 대통령의 눈에 검찰이 얼마나 기특하게 비쳐졌을까.
이랬던 검찰이 돌발 행동을 보였다. 29일 참사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목포해경 소속 123정 정장 김 경위를 체포했다. 혐의는 공용서류손상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죄. 검찰은 “김 경위가 선내 진입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도 한 것처럼 조작하기 위해 지난 5월 초 사고 당일 항적일지 일부를 찢어버리고 새로운 내용을 적어 넣었다”고 말했다.
123정장의 거짓말은 참사 발생 직후부터 일부 언론과 실종자 가족들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선내 승객들에게 탈출 방송을 하지 않았는데도 한 것처럼 상황을 조작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가만히 있었다. 참사 발생 직후 수사가 이뤄졌어야 정상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수사를 100일이나 지나서 손을 댄 것이다.
해경 123정장 체포? 100일지나 손 댄 배경과 이유
‘구조 부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는 척 모양새를 갖추려는 이유가 뭘까. 몇 가지 상황 변화가 검찰을 움직였을 것이다. 정치적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유병언 방패’가 사라졌다.
‘괴물 유병언’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됐다. 유대균이 검거되고 수배 중이던 구원파 핵심들이 자수를 했다. ‘구조 부실’ 책임자들이 숨어 있던 ‘유병언 방패’가 사라진 것이다. 더 이상 국민들의 시선을 유병언에 고정시킬 수 없게 된 셈이다. 때문에 구조 부실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해경 정장을 체포한 것 아닐까.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더 버티다가는 ‘구조 0명’의 원인을 규명하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될까봐 마지막 타이밍을 잡은 것으로 보면 틀림없겠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특별법 투쟁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내건 조건이 있다. 특별법 테두리에서 설치될 진상조사위원회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될 경우 칼날이 청와대를 향할 거라고 판단한 새누리당은 총력을 다해 이를 저지하려 한다. 야당은 여당의 반발에 밀려 적정선에서 타협하려 든다.
구조 포기에 대한 진상규명을 최우선시하는 가족대책위를 일단 안심시키고, 여야의 특별법 협상 테이블에서 여당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해 ‘123정장 체포’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세월호 실소유주 논란
청해진해운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국정원 지시사항’)이 바닷속 노트북에서 발견돼 파문이 일고 있다. 작업수당과 직원 휴가계획을 보고하라는 지시와 함께 냉장고 상태, 페인트 칠, 타일 교체 등 세세한 선내 관리와 증개축된 객실에 대한 지적사항도 들어있다. 국정원이 세월호 선주처럼 행동한 것이다.
국정원은 ‘보안측정’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100개 지시사항 중 ‘보안’에 해당하는 건 고작 4건뿐. 논란이 되자 국정원은 선원이 파악한 문제와 국정원 보안 지시사항이 뒤섞여 있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전체의 4%에 불과한데도 문건 제목을 ‘국정원 지시사항’이라고 했을까.
국정원이 세월호 실소유주라는 논란이 확산돼 의혹이 증폭되면 국정원을 수사하라는 여론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국정원에 꽂히는 시선을 돌리기 위해 '구조 부실'의 대명사처럼 비쳐진 해경 123정 정장을 체포했을 가능성이 높다.
▲단원고 생존학생 법정 진술
학생들은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 재판이 진행 중인 법정에서 한결같이 “해경은 선내로 들어오지 않았고 모두 배 밖에서 쳐다만 보고 있었으며 배안 상황에 대해 묻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또 “해경이 배에서 탈출하라고 방송했더라면 거반이 배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진술했다.
학생들의 진술에 의해 당시 해경이 선내 구조를 포기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선내 진입시도조차 없었고 방송도 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며 구조 포기에 대한 비난이 증폭되자 여론 무마용으로 ‘정장 체포’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7.30 재보궐 선거 여당 돕기 위해?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야당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게 새정치민주연합의 재보궐선거 핵심전략 중 하나다. 야당의 전략이 먹혀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방송에 가장 많이 비친 123정 정장을 ‘구조 부실’ 혐의로 선거 이틀 전 체포한 것 아닐까.
검찰이 참사 105일 만에 ‘구조 포기’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수사의지와 진정성에는 의문부호가 강하게 찍힌다. ‘세월호 사고’를 ‘유병언 사고’로 둔갑시켜 ‘선박 부실’만 강조해 ‘구조 부실’에 대한 부분은 어벌쩡 넘기려 했던검찰이다. 수사를 '쇼'처럼 해오지 않았나.
목표해경 123정은 ‘구조 부실’의 꼬리 중 맨 끝부분이다. 왜 구조를 포기했는지 그 진상이 밝혀지려면 해경 윗선뿐 아니라 ‘몸통’이라고 볼 수 있는 행안부와 청와대에 대한 수사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세월호 실소유주처럼 행동한 국정원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