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기울어지니 나갈까 말까 했는데 애들이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무 소리도 안 나니까 불안했어요. 또 ‘나갈까’ 생각하는데 방송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하니 애들도 ‘가만히 있으라잖아’ 그러면서 (방에) 있었어요”

“아무래도 승무원이나 선장이 우리보다 지식이 많을 테니 ‘대기하라’는 말을 믿고 계속 기다렸어요. 방송이 계속 나왔던 걸 기억하는 이유는 옆에서 친구들이 울면서 ‘가만히 있는데 왜 자꾸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거냐’고 말했기 때문이에요”

“방송만 제대로 진짜… 정말 행동만 제대로 했다면…”

세월호 4층 중앙 객실에 있던 A학생(남·단원고2)은 사고 당시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해경 헬기를 타고 탈출했다.

A학생은 함께 구조를 기다렸던 여학생을 떠 올리며 “화장실에 같이 있던 애가 못 나왔다”고 힘겹게 말문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것이 괴롭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벌에 대해 묻자 그는 “당연히 해야 된다”며 마지막으로 “방송만 제대로 진짜… 정말 행동만 제대로 했다면…” 이라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28~29일 이틀간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수원지법 안산지원 401호 법정에서 단원고 학생 22명의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학생들은 힘겹게 입을 떼며 긴박한 당시 상황을 전했다.

▲ ⓒ '해양경찰청'

“부모님께는 괜찮다고 말 하지만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29일 생존학생들에 따르면, B학생은 침몰하는 긴박한 순간에도 친구들의 탈출을 돕다 마지막에 구조된 사실이 밝혀지며 이날 법정에서 주목을 받았다.

B학생은 “창문으로 컨테이너가 떨어지는 걸 보고 예삿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벽에 튀어나온 부분을 밟고 가 구명조끼를 꺼내 나눠주었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증언했다.

B학생은 간판으로 대피해 있던 일반인 승객들이 복도로 내려준 구명줄을 잡고 친구들을 먼저 올려 보낸 뒤 마지막으로 갑판으로 올라가 구조됐다.

그는 “부모님에게 항상 괜찮다고 말하지만 평생 못 잊을 것 같다”며 “희생자 명수로 (처벌을) 계산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1600년형을 받는다고 하는데 부족한 것 같다. 필요한 만큼 형벌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구들 안에 있다고 했는데 해경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어요”

단원고 학생들은 해경이 구조 업무는커녕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면서 친구들이 도와줘서 탈출했다고 입을 모았다.

▲ ⓒ '해양경찰청'

4층 선미 쪽 왼편 선실에 있던 C학생은 “배가 기울더니 90도로 섰다. 옆에 있던 출입문이 위로 가 구명조끼를 입고 물이 차길 기다렸다가 친구들이 밑에서 밀어주고 위에서 손을 잡아줘 방에서 빠져 나왔다”며 “손 닿으면 닿을 거리에 있던 고무보트를 탄 해경은 비상구에서 바다로 떨어진 사람들을 건져 올리기만 했다. 안쪽에 친구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해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D학생은 “갑판에 있던 해경이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고 증언했고, E학생은 “해경은 갑판 외벽에 서서 헬기로 올려주기만 했고 출입구 쪽으로 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대기하다 탈출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렸으니 처음부터 대피하라고 했으면 훨씬 많이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친구들이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제발 알고싶어요”

학생들의 증언으로 해경이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벌이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한 여학생은 “나가면서 해경에게 ‘저 안에 애들이 많다’고 했는데 ‘구명조끼를 벗으라’는 말만 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학생은 “배 안으로 (해경은) 들어오지 않아 복도에서 기다리며 애들이랑 ‘왜 안 들어오지’ 라고 이야기 했다”고 증언했다.

단원고 학생들은 증언을 통해 진실이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학생은 “우리는 단순히 수학여행길에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사고 후 잘못된 대처로 이렇게 많은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고, 또 다른 학생은 “친구들이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제발. 사고 상황을 알려주는 방송이 처음부터 나왔고 대처와 구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친구들이 희생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