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생존 학생들 “탈출 방송만 나왔어도..” 울분

“승무원 엄벌 보다 친구들 왜 죽었는지 원인부터 밝혀달라” 호소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왔다면 많은 인원이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며 “관계자들을 엄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28일 오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 형사 11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 단원고 생존학생 6명이 처음 증인으로 나서 사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증언했다.

4층 선미 쪽에 머물었던 김 모 학생은 “사고 이후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반복해서 나왔다. 배에서 나올 때까지 대피하라거나 어디로 탈출하라는 방송은 못들었다”며 “선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모 학생은 “나올 때 천장까지 물이 차있었다. 구명조끼를 입어서 떠올라 맨 위 조금 남은 공간에서 숨쉬었다”며 “몇 초 동안 잠겨있기도 했다”며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해양경찰청'
ⓒ'해양경찰청'

오 모 학생은 “제발 단원고 학생 등 가만히 좀 있어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세월호 침몰 중입니다, 어떤 조치 취하고 있다 등 상황에 대한 설명 방송이나 탈출 안내 방송도 없었다”며 “안전교육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후 복도에 나온 애들이 비상구를 향해 줄을 서고 있었다. 차례차례 나갔는데 내가 나갈 때 비상구에 파도가 쳐서 나오던 친구들이 다시 안쪽으로 밀렸다”며 “내가 마지막으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승무원, 해경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박 모 학생 역시 구조 과정에 해경이나 승무원의 도움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물이 찬 후 제일 먼저 나와 아이들을 당겨줬다”며 “이 과정에서 해경, 승무원 도움은 없었다. 나와서 해경은 못봤고 어선만 봤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가끔 친구, 선생님 생각이 나고 가끔 꿈꾼다”며 “승무원 엄벌보다 왜 친구들이 그렇게 됐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사고 당시 4층 침실에 있던 전 모 학생은 “배가 기운후 복도에서 어떤 아저씨들이 커튼으로 만든 로프를 던져줘서 그걸 잡고 우현 선실까지 올라갔다. 우현 선실에서는 아저씨들이 던져준 고무 호스를 잡고 출입문을 빠져나가 탈출했다”고 구조 과정을 설명했다.

그 역시 탈출 과정에서 승무원이나 해경으로부터 도움은 받지 못했고, 마지막 출입문 앞에 있는 계단에 올라갈 때 해경이 도와줬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당시 생각으로 정신적으로 힘드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후 “승무원들을 엄하게 처벌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재판부는 앞서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사고 후유증으로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광주가 아닌 안산에서 재판을 열기로 결정했다. 또한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화상증언을 예정했지만 대부분이 친구와 함께 증인석에 앉는 조건으로 법정 증언을 희망해 5명의 학생이 직접 법정에 나오고 1명은 법정 옆 화상증언실에서 증언했다.

이준석 선장 등 피고인들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재판부의 비공개 방침에 따라 학생 가족과 취재진 등 10여명만 재판을 참관했다.

단원고 학생들의 증언 내용을 접한 네티즌들은 “눈물난다 얘들아 그래도 살아줘서 고맙고 미안하구나. 세월호 특별법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라”(퓨*), “저 아이들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얼마나 힘들꼬ㅜㅜ 너희들 잘못 아니니 힘내고 억울하게 죽은 친구들 위해서라도 바르게 자라서 이 사건 잊지 않기 바란다”(1**), “그 순간 국가도 없었고 대통령도 없었다. 그 애들은 그렇게 억울하게 죽어갔다”(싸리***),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데 원인규명은 어떻게 밝히나?”(하늘**)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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