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보고’에 열 올린 청와대.. 허비된 ‘골든타임’

사고 초기 ‘VIP 보고 영상’ 재촉.. 네티즌 “정말 아무것도 안했네”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에서 세월호 침몰 당시 청와대와 해양경찰청 간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청와대가 구조 작업 지휘는 뒷전에 놓고 ‘VIP 보고’에만 매달리는 등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질타가 잇따르고 있다.

해경과 BH(Blue House, 청와대)의 전화 녹취록에 따르면, 청와대 위기 관리센터는 사고 당일이었던 4월 16일 오전 9시 20분께부터 해경으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기 시작했다.

세월호가 90도 이상 기울어 사실상 전복된 상태였던 오전 10시25분께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VIP)의 첫 번째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단 한명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여객선 내에 객실과 엔진실 등을 철저히 확인해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는 메시지를 해경청장에게 전했다.

그러나 이미 전복된 세월호는 사실상 침몰한 상태로 선내진입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첫 번째 구조 지시가 전달된 것.

또한 청와대는 침몰 사고 초기 해경에게 1시간 30여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VIP 보고 영상’을 달라고 재촉했다.

청와대는 “어디 쪽인지 카메라 나오는 것은 없냐”(9시20분), “지금 VIP 보고 때문에 그런데 영상으로 받으신 거 핸드폰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까”(9시39분), “지시해가지고 가는대로 영상 바로 띄우라고 하세요. 다른 거 하지 말고 영상부터 바로 띄우라고 하세요”(10시 25분) 라고 재촉했다.

ⓒ '해양경찰청'
ⓒ '해양경찰청'

한창 구조가 진행되는 시간에도 “그 배는 얼마나 걸려 송출가능한 배는..(중략) 아 그거 좀 (영상 송출) 쏴가지고 보고 좀 하라니까요 그거 좀”(10시32분) 등 윽박지르기도 했다.

청와대는 ‘전원 구조 오보’를 인지한 후에도 실종자 구조 작업 지휘보다는 ‘VIP 보고’에 매달렸다.

녹취록에 따르면 청와대는 “VIP께 5분 뒤 보고를 올라가야 되는데 인원 정리 한 번 해주세요. (중략) 보고서에 몇 명으로 들어가면 될 건지 지금 그거라도 넣어서 보고드려야 되니까 빨리 확인해서 다시 전화 주십시오”(오후 2시6분), “166명 구조 2명 사망. 그러면 202명이 사라진 거 아닙니까? 166명이라고요? 큰일났네 이거. VIP까지 보고 다 끝났는데”(오후 2시24분) 등 지속적으로 구조 인원 파악에 열을 올렸다.

한편, 해경이 청와대의 ‘VIP 보고’에 매달리며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을 때 신분을 밝히지 않은 한 남자가 전화를 걸어 해경의 구조를 방해한 정황이 공개되기도 했다.

익명의 남성은 재차 신분을 묻는 해경의 답변에도 신분을 밝히지 않고 “빨리 빨리 했으면 좋겠다. 지금 지방선거가 코 앞인데 우리 당이 박살나게 생겼어”(오후 4시53분경) 라며 구조를 독촉했다.

이 익명의 남성이 언급한 ‘우리 당’은 새누리당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남성은 “(내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에 올랐고 ** 지역구 출마 기자회견까지 했다. ***에게 양보했다”고 새누리당 의원의 이름을 말했다.

해경이 신분을 또 한번 묻자 그는 “청와대 대통령한테 리포트 올리는 거면 내가 보통사람은 아니잖아”라고 말했다.

해경과 청와대 간의 핫라인 녹취록 공개에 네티즌들은 “박근혜 정권의 축소판은 해경이다. 아이들 목숨보다 보고가 그리 중요하더냐?”(오월***), “해양 경찰이 아니라 해적”(찍찍***), “300여명 목숨이 경각에 있는데 보고가 중요할 수가 있나?”(fly****), “정말 그냥 물에 빠지게 놔뒀구나. 아무것도 한 게 없구나”(현*), “이게 대한민국의 정체란 말인가? 진짜 억울하게 숨진 애들한테 너무나 미안하다”(행복**), “구하고 난 다음 보고 아닌가”(선이는****) 등의 비난이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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