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대한민국 ‘컨트롤타워’.. ‘VIP보고’에만 급급

靑, ‘지켜보고 있다’는 해경에 구조 지시조차 안 해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던 4월 16일 ‘컨트롤 타워’ 청와대는 초기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지켜보고 있다”는 해양경찰에 구조조차 지시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3일 ‘go발뉴스’가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실로부터 제공 받은 청와대와 해경청 간 핫라인 녹취록에 따르면, 세월호가 침몰한 후 청와대와 해경이 처음 교신한 시간은 오전 9시 20분이었다. 이는 해경에 정식으로 세월호 신고가 들어온 8시 58분보다 22분이 지난 후였다.

이 시간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이 해경에 “진도에서 여객선 조난 신고가 들어왔느냐”고 묻자 해경은 “지금 현황 파악 중”이라고 답한다.

청와대가 9시 42분에 다시 전화를 걸어 “구조작업을 하고 있냐”고 묻자 해경은 “아직 구조단계는 아니고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대답했다. 청와대가 “아까 전화하니까 상선이 구조작업 중이라고 얘기했다”고 하자 해경은 “현재 선원들이 뛰어내린 사람이 없기 때문에 (구조작업을 안 하고 있다)”고 변명했다.

이 시간에는 세월호가 약 60도 가량 기울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해경은 청와대에 “좌현 40도 이상 기울어진 상태”라고 설명한다. 40도든 60도든 구조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지만, 청와대는 “변동 사항이 있으면 바로 보고해 달라”고만 하고 전화를 끊는다.

이 시간 해경이 선내 진입을 포기한 채 밖으로 뛰쳐나온 선원들만 구조하는 사이 세월호 안에 있던 승객들은 전화와 메신저를 통해 애타게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 '해양경찰청'
ⓒ '해양경찰청'

청와대는 10시 25분 사실상 세월호가 침몰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청와대는 “첫째, 단 한명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그 다음에 여객선 내에 객실 엔진실 등을 포함해 철저히 확인해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언론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구조에 온 노력을 다할 것을 요청했다’는 식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9시 20분에 첫 상황보고를 받고도 이보다 한 시간이 더 지나서야 구조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이후 청와대는 해경에 수시로 전화를 걸어 “VIP(대통령)에 보고 해야 한다”며 구조 인원을 재차 묻는다. 어디에도 구조에 최선을 다하란 얘기는 없다. 청와대는 ‘전원 구조’ 오보가 휩쓸고 지나간 이날 오후까지도 인원수조차 파악하지 못해 허둥댔다.

결국 해경과 청와대 간의 녹취록을 통해 ‘VIP 의전’에만 치중한 청와대와 구조에 소홀했던 해경의 실체가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다음은 4월 16일 청와대와 해경청 간 핫라인 통화 내용 중 일부

09:20

해경청 : 감사합니다 상황실장 김XX입니다
청와대 : 예 수고하십니다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인데요
해경청 : 예.
청와대 : 진도에서 그 여객선 조난 신고 들어왔습니까?
해경청 : 예. 지금 저희 지금 현황 파악 중입니다 지금
청와대 :아 심각한 상황인가요?
해경청 : 지금 현재 지금 심각한지 지금 배하고 통화중인데요 지금 일단 배가 지금 기울어서 침수중이구요 아직 침몰은 안됐고요


09:42

청와대 : 아니 지금 구조작업 하고 있나요? 지금
해경청 : 아 지금 아직 구조단계는 아니구요 지금 지켜보고 있는 단계입니다
청와대 : 아 아까 전화하니까 상선이 구조작업 중이라고 얘기하더만
해경청 :아니 지금 현장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현재 선원들이 지금 뛰어내린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청와대: 배가 어떤상태인지
해경청 : 좌현 40도 기울어진 상태입니다
청와대 : 좌현 40도?
해경청 : 예 예
청와대 : 좌현 40도요. 변동사항 있으면 바로바로 보고 좀 주십시오

10:25

청와대 : 해경청장님 어디 계십니까?
해경청 : 여기 상황 회의실에 계십니다.
청와대 : 회의실에 계십니까? 자 VIP 메시지 전해드릴테니까 빨리 전해주세요
청와대 : 첫째 단 한명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해경청 : 예
청와대 : 그냥 적어. 그 다음에 여객선 내에 객실 엔진실 등을 포함해서 철저히 확인해가지고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해라 그 두 가지 말씀하셨으니까 일단 청장님한테 메모로 빨리 넣어드리고 업데이트 추가된 거 있어요? 아 왜 자꾸 인원이 틀려

13:04

해경청 : 현재까지 확인된 것으로 생존자 370명이랍니다
청와대 : 좀 불러주시겠습니까 370명
해경청: 진도 행정선에서 약 190명 승선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청와대 : 잠깐만요 진도 행정선 190명 한척입니까? 이게?
해경청 : 일단 저희가 확인 해봐야 할 겁니다. 인원만 저희가 방금 연락받았습니다.
청와대 : 그 다음에 진도행정선 190명
해경청 : 그래서 지금 현재 370명
청와대 :아까 178명 중에서 진도행정선에 한척에 다 있는 거 한 척은 모른다는 거죠? 일단 알겠습니다

14:06

청와대 : VIP님께 5분 뒤에 보고를 올라가야 되는데 인원 정리 한번 해주세요
해경청 : 인원정리요? 저희도 파악 중인데 아까 370은 잘못된 보고입니다.
청와대 : 그래서 한 5분정도 여유 있으니까
해경청 : 지금 현장에 저희들도 실내체육관, 병원하고 구호소 있는 거까지 흩어지다 보니까
청와대 : 일단 실내체육관에 다 모은다면서요? 실내체육관에 56명이 있다면서요?
해경청 : 56명이요? 병원에 30있고요. 방금 89명 도착했고 저희가 맨 처음에 보고한 170명 정도 되겠네요 지금 제대로 파악해서 바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청와대 : 보고서에 몇 명으로 들어가면 될 건지 지금 그거라도 넣어서 보고 드려야 되니까 시간 있으니까 빨리 확인해서 다시 전화 주십시요

14:24

청와대 : 네 실장님 계세요? 청와대인데, 통화 좀 했으면 합니다.
해경청 : 실장님 통화 중이시고 166명 말씀드리라고 합니다.
청와대 : 어이구, 큰일났네 이거. 다시 한 번 이야기 해보세요 몇 명?
해경청 : 166명입니다.
청와대 : 166명 구조 2명 사망 그러면은 202명이 사라진 거 아닙니까? 아닙니까?
해경청 : 상황실장입니다.
청와대 : 166명이라고요? 큰일났네 이거 VIP까지 보고 다 끝났는데
해경청 : 지금 현재 정확하게 카운트된 게 166에 사망자 2명 포함입니다. 그리고 어선으로 들어오는 것도 파악 중에 있는데 해경청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은 166명입니다.
청와대 : 166명에 사망자 포함입니까?
해경청 : 예 사망자 2명 포함입니다.
청와대 : 그럼 구조가 164명이고 사망이 2명이네요
해경청 : 네 실종이 311로 잡으면. 저희들이 나간 쪽 해서 체육관 있는 사람 45명하고 팽목항에 들어온 사람 89명 그리고 병원에 있는 사람까지 일단 저희가 확인한 게 166명이구요
청와대 : 164명은 육지에 다 들어온 사람입니까?
해경청 : 예 다 들어왔습니다.
청와대 : 지금 현재 육지에 들어온 사람은 완전히 카운팅이 끝난 거예요? 166명이 확실해요? 육지에 발 디딘 사람들은?
해경청 : 저희들이 확인한 거 까지입니다. 확인한 건데 현장하고 소방이라든지 하다보니까. 아직까진 우리가 정확하게 파악한 것은 164입니다.
청와대 : 그럼 지금 바다에 있을 가능성도 별로 없고 나머지 310명은 다 배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거 아니에요?
해경청 : 많은 인원이 있을 가능성이 좀 있습니다.
청와대 : 중요한 거는 좀 전에 안보실장이 해경청장이 전화하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지금 통화 중이실것 같은데 청장님이 현장 가 계시죠. 아까 190명으로 이야기할 때 추가된 인원이 여기저기 어선들이 구조한 것 끌어 모아서 진도 행정선이 모아서 데리고 들어온다고 그랬잖아요
해경청 : 저희도 그렇게 보고받았습니다.
청와대 : 어디서 그렇게 보고받았어요?
해경청 : 서해청에서 받은 것 같은데 누가 보고를 한 지는 옆에 다른 상황실 직원이 받아가지고
청와대 : 서해청에서 그렇게 보고를 받았어요?
해경청 : 서해청에서 그렇게 해가지고
청와대 : 아니 근데 진도 행정선하고 교신을 했다면서요?
해경청 : 그 다음에 하니까 자기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그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청와대 : 진도 행정선이? 자기들 그렇게 이야기 한 적이 없다고 하던가요? 그럼 그걸 누가 오해를 한 거야?
해경청 : 저희도 일단 파악을 하는데...
청와대 : 진도 행정선이 한 척입니까?
해경청 : 예 예
청와대 : 거기 몇 명 태울 수 있어요 원래?
해경청 : 다른 선박이라서 저희도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청와대 : 그러니까 행정선에 190명 태우는 게 이상하기도 하고 나는 배가 좀 큰지 알았지
해경청 : 저희도 파악이 제대로 안 되어가지고 죄송하게 됐습니다.
청와대 : 오차가 너무 커서 지금. 아까는 190명 구조했을 때 너무 좋아서 VIP 바로 보고했거든. 근데 이거 미치겠네. 진도 행정선하고 누가 통화했습니까?
해경청 : 목포서 상황실장이 통화를 했다고
청와대 : 목포서 상황실장이 진도 행정선하고 통화를 했는데 자기는 그런 통화를 한 적이 없다. 그럼 실체가 없는 거다?
해경청 : 아마 중간에서 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 누가 중간에서 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한 것 같다? 그럼 언론보도 난 것도 다 거짓말이네 그죠? 중대본에서 발표한 것도 해경청에서 보고 받아서 발표했을 것 아닙니까 우리처럼
해경청 : 아마 구두 보고로 했을 겁니다
청와대 : 우리처럼 해경청에서 보고를 받고나서 언론발표를 했을 거 아니에요 368명으로 거기도 완전 잘못 브리핑 된 거네 이거 여파가 크겠는데. 알겠습니다. 공식 166명입니다.
해경청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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