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정홍원’.. 사퇴를 유임으로 둔갑 막장개그

“朴, ‘안대희-문창극’ 낙마 야당과 국민 탓으로 돌리는 것”

이미지출처 : 오주르디 블로그 '사람과 세상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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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황당한 개그를 선보였다. 세월호 참사 구조와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국정 난맥상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사퇴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표를 60일 만에 반려하고 유임시켰다.

‘도로 정홍원’ 황당한 ‘유임 개그’

정 총리는 지난 4월 27일 정부의 총체적 부실과 무능이 도마 위에 오르자 “(세월호 참사 관련 정부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고 유가족들과 국민들게 사죄드리는 길”이라며 사퇴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그랬던 그가 박 대통령의 ‘유임 개그’가 있은 직후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의 국정 중단을 막아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간곡한 당부로 새로운 각오 하에 임하기로 했다”고 말을 뒤집었다. 사퇴만이 유가족과 국민에게 사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하더니 다시 총리로 돌아오겠단다. 뻔뻔하기 그지없다. 잘못한 것도 없고 사죄할 필요도 없다고 오리발 내미는 거나 다름없다.

정부가 국민에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려면 최소한 국무총리라도 물러나야 한다. 이제 국민 정서다. 그런데도 이미 사퇴한 사람을 다시 총리에 앉혔다. 과거 어느 정권도 이런 개그를 한 적 없다. 왜 이런 짓을 했을까.

안대희-문창극 두 총리후보자가 여론검증에 걸려 낙마하자 또 다른 인물을 총리로 내정하는 게 부담스러워 그랬을 수도 있다. 계속되는 인사 참사로 ‘수첩인사’가 한계를 드러내며 궁지에 몰리자 ‘도로 정홍원’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냈을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총리 인선을 거듭하다 또 인사참사가 벌어질 경우 7.30 재보궐선거 참패는 물론 국정 공백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 내놓은 궁여지책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사퇴를 유임으로 둔갑시키다

아무리 사정이 다급하다 해도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문책성 사퇴를 한 총리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는 건 상식 밖이다. 사회 통념과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와 연결 지어 생각할 경우 이번 ‘유임 개그’는 국민을 우롱하고 멸시한 것이라고 밖에 달리 이해할 수 없다.

엄격히 따지면 유임이 아니다. 사퇴를 유임으로 둔갑시킨 것에 불과하다. 정 총리가 사퇴를 표명했을 때 박 대통령은 사퇴를 수용한다고 분명히 말한 바 있다. 그 뒤 두 차례나 총리 후보를 지명했으며, 안대희 후보자의 경우 임명동의안과 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제출(5월 26일)된 상태였다.

인사카드가 정리되지 않았다 해도 대통령이 사퇴를 수용하겠다고 말한 순간 이미 정 총리의 사표는 수리된 거라고 봐야 한다. 후임 총리후보를 지명하고 국회 동의를 구하는 절차에 들어갔다면 정 총리의 사퇴는 이미 기정사실화 된 것 아닌가. 후임 총리가 공식 임명될 때까지 도의상 자리를 지키는 것일 뿐 사실상 총리 직을 그만 둔 것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유임 아니라 새로운 총리 후보 지명이다. 사퇴를 유임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임명 동의와 인사청문 규정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이미 사퇴한 총리아닌가. 헌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는 결코 총리에 오를 수 없다.

이미지출처 : 오주르디 블로그 '사람과 세상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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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 테면 해봐라’ 고집과 오기 발동한 것

총리 내정자가 연거푸 낙마하자 독선이 강한 박 대통령의 성정이 ‘해볼 테면 해봐라’는 식의 고집과 오기로 표출된 것, 이게 ‘도로 정홍원’ 카드다. 자꾸 발목 잡는다면 나도 방법이 있다는 투의 결기가 발동한 것이다. 반대 여론을 ‘발목 잡기’로 보는 불통적 사고가 만들어낸 코미디다.

박 대통령이 ‘안대희-문창극’의 낙마를 야당과 국민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걸 방증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후보자 내정이 잘못돼 빚어진 인사 참사라는 걸 조금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오만이 가득하다. ‘여론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지 발목잡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고집과 결기로 여론에 맞서려 한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이다. 국민이 인정할 만한 총리감 하나 찾아내지 못한 채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총리를 도로 제자리에 가져다 놓다니. 참사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고집과 독선으로 똘똘 뭉친 정권이다. 합리적 반대를 발목잡기로 보고 엄중한 국민여론에 고집과 결기로 맞서려 한다.

국민여론에 결기로 맞서겠다? 조롱거리된 정권

그러면서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짓은 잘한다. ‘도로 정홍원’에 대한 반발여론을 희석하기 위해 ‘인사수석실 신설’이라는 꼼수를 내놓았다. 차관급 비서관에게 인사수석실을 맡겨 공직 후보자 사전 검증과 인재 발굴을 상설화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문제는 실효성. 인사참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김기춘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을 맡고 인사수석실은 그 아래에 두겠단다.

여전히 대통령 비서조직에서 인사를 전담하겠다는 얘기다. 인사 참사 연속편을 쉬지 않고 제작해온 이들에게 인사를 집중시키겠다니 한심할 뿐이다.

불통과 독선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했지만 그나마 권위라도 있어 내부통제가 가능했던 게 박근혜 정권이다. 그런데 이번 ‘유임 개그’로 그 권위마저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권위는커녕 조롱거리로 전락할 위기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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