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 희생자 위로에 인색, 무성의했던 자막

무리한 방영 추진.. 희생자 추모와 위로 한 마디가 우선

이미지출처=MBC <진짜 사나이>화면 캡쳐
이미지출처=MBC <진짜 사나이>화면 캡쳐
고성 22사단 GOP사병이 슈류탄과 소총을 난사해 12명이 사상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중 5명이나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다. 사건을 일으킨 병사는 무기를 소지한 채 탈영을 했고, 인근 마을에서 군병력과 대치중이며, 또 다시 교전이 일어나 한 장교가 관통상을 입었다고 전해졌다. 상황이 조기 해결되지 않자 군은 최대 경계 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동했고, 해당 마을 주민을 모두 소개시켜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적어도 그 지역에는 지옥 같은 긴장감이 억누르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 시각 티비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진짜사나이>가 방영되었다. 방영이 시작되고는 아주 짧게 ‘본 방송은 4월 중순에 촬영되었습니다’라는 자막이 흘렀다. 그리고는 끝이었다. 물론 방영 전 제작진은 민감한 부분은 편집하겠다고 했지만 시청자로서는 뭐가 편집이 됐는지, 혹은 편집을 진짜로 한 것인지도 분간할 수 없다. 어쨌든 군대가 배경인 예능이고, 여전히 GOP에 대한 에피소드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문은 과연 <진짜사나이>를 방영했어야 옳으냐는 것이다. 사망자 다섯이란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 게다가 한 지역의 주민이 모두 대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때에는 한 야구 응원단이 뱃노래를 불렀다고 해서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지금 고성에서 벌어진 총기사건은 그만 못하기 때문에 괜찮았던 것일까?

이미지출처=MBC <진짜 사나이>화면 캡쳐
이미지출처=MBC <진짜 사나이>화면 캡쳐
적어도 한 주 정도는 결방을 했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건의 진실은 나중에 밝혀지거나 혹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GOP에서 근무하던 병사가 사건을 일으켰는데 동일한 공간에서 예능이라는 것을 하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어색한 일이지 않겠는가. 다섯 명이나 되는 병사가 목숨을 잃은 동일한 배경에서 예능을 하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 틀림없다.

그러나 <진짜사나이> 제작진은 방영을 강행했다. 하루도 아니고 몇 시간 만에 방송을 들어내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물리적으로 결방이 무리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백번 양보해서 결방을 결정하지 못한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자막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무성의의 극치였다. 4월에 촬영했으니 무관하다는 주장이라도 하자는 것처럼 보였다.

이미지출처=MBC <진짜 사나이>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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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뭔가를 주장하거나 혹은 양해를 구하기에는 자막이 너무도 짧고 간단해 제작진의 의도를 잘 알기도 어렵거니와 이미 고성 GOP사건을 아는 시청자들에게 너무 무성의하게 비쳤다는 좋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어차피 자막을 쓰려고 했다면 최소한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유가족에 대한 위로의 말 한 마디 정도는 더할 수 있어야 했다. 그것은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몇 자만 더 타이핑 하면 될 일이었다. 4월에 촬영했으니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사무적인 자막은 오히려 스스로 방영의 논리가 부족함을 실토하는 것처럼 비쳤다. 적어도 군대 예능인 <진짜사나이>는 이래서는 안 됐다.

처음 <진짜사나이>를 볼 때에는 진짜로 군대가 그렇게 좋아졌기를 바랐다. 군대 좋아졌네 하는 말 속에 약간의 서운함을 감출 수는 없었지만 분단의 현실 속에서 군대는 지속되어야 하기에 진정으로 군대가 좋아졌을 거라 믿었다. 아니 <진짜사나이>가 그렇게 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진짜사나이>가 화기애애하게 보여준 그 GOP에서 총기사건이 일어났다. <진짜사나이>의 군대와 진짜 군대의 현실 사이에 괴리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최소한 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말 한 마디는 어차피 내보내는 자막에 보탤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아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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