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방영 추진.. 희생자 추모와 위로 한 마디가 우선
그런 시각 티비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진짜사나이>가 방영되었다. 방영이 시작되고는 아주 짧게 ‘본 방송은 4월 중순에 촬영되었습니다’라는 자막이 흘렀다. 그리고는 끝이었다. 물론 방영 전 제작진은 민감한 부분은 편집하겠다고 했지만 시청자로서는 뭐가 편집이 됐는지, 혹은 편집을 진짜로 한 것인지도 분간할 수 없다. 어쨌든 군대가 배경인 예능이고, 여전히 GOP에 대한 에피소드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문은 과연 <진짜사나이>를 방영했어야 옳으냐는 것이다. 사망자 다섯이란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 게다가 한 지역의 주민이 모두 대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때에는 한 야구 응원단이 뱃노래를 불렀다고 해서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지금 고성에서 벌어진 총기사건은 그만 못하기 때문에 괜찮았던 것일까?
그러나 <진짜사나이> 제작진은 방영을 강행했다. 하루도 아니고 몇 시간 만에 방송을 들어내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물리적으로 결방이 무리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백번 양보해서 결방을 결정하지 못한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자막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무성의의 극치였다. 4월에 촬영했으니 무관하다는 주장이라도 하자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 <진짜사나이>를 볼 때에는 진짜로 군대가 그렇게 좋아졌기를 바랐다. 군대 좋아졌네 하는 말 속에 약간의 서운함을 감출 수는 없었지만 분단의 현실 속에서 군대는 지속되어야 하기에 진정으로 군대가 좋아졌을 거라 믿었다. 아니 <진짜사나이>가 그렇게 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진짜사나이>가 화기애애하게 보여준 그 GOP에서 총기사건이 일어났다. <진짜사나이>의 군대와 진짜 군대의 현실 사이에 괴리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최소한 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말 한 마디는 어차피 내보내는 자막에 보탤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아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