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좁은 ‘좌파’와 편협한 ‘우파’를 만드는 분단 현실
금요일 점심시간, 비가 왔습니다. 시애틀을 촉촉히 적시는 빗속을 걷는 것이 처량하지 않았던 것은 이게 곧 여름이 올 것을 알리는 늦봄의 비, 꼭 필요했던 비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장 잔디밭에 물 주지 않아도 되는 것도 괜찮은 일이고. 약간 어깨가 젖긴 해도, 재킷을 입지 않은 채 우편배달을 하는 편을 택했습니다. 방수 헬멧에 가끔씩 떨어져 똑똑 소리를 내는 낙수들이 오히려 신선하게까지 느껴집니다. 들숨 속에 느껴지는 연록의 내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점심 먹으러 들어와 인터넷을 살펴보면서 이런 기사를 찾아 읽었습니다. 경향신문의 기사입니다. 원문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향신문 기사 바로 읽기)
그가 재직시엔 기업 대표들과 함께 러시아에 다녀오기도 하는 등, 친 기업적인 정책을 편 것도 사실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은 개혁적 우파의 것이었지, 절대로 ‘좌파’로 불리울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가 펼쳤던 정책 중 저는 어떤 것이 ‘좌파의 정책’인지를 오히려 되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변희재가 김미화 씨를 두고 ‘친노 종북’이라고 말한 것은 결국 그의 생각의 틀 자체를 드러낸 것이지만, 또한 한국에서 좌파가 설 자리가 얼마나 좁은가를 보여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극우들의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극우들은 자기보다 약간만 왼쪽에 서 있다면 모두 '좌파'로 보는 비뚤어진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분단은 우리에게 비뚤어진, 편협한 시각을 강요합니다. 그리고 극우가 권력을 갖고 있을 경우에 사회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시간을 살아가는 지금 한국인들 대부분에게 뼈저리게 실감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래저래 분단은 우리를 바보로 만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의 문창극 총리 내정이나, 혹은 이번에 이뤄진 각료진 내정은 어쩌면 필연인지도 모릅니다. 분단의 이데올로기에 중독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아마 지금의 몰상식이 정상으로 보이겠지만, 적어도 그냥 이 21세기를 상식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지금 모습은 분명히 몰상식이 상식이 되어버린 사회일 것입니다.
원칙과 상식이 주인되고,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 노무현 대통령이 원했던 이 짧은, 그러나 그 안에 올바른 민주사회의 원칙이 다 포함돼 있는 이 문장 안에는 분명히 노무현 대통령의 염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상식이 담긴 염원이 ‘좌파’로 불리우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를 우파라 부르는 이들의 무지를 생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김미화씨의 소송 승리를 빌어 봅니다. 그것은 상식의 승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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