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이상 승인 필요한 전산조회, 지구대서 ‘임의’ 처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자식으로 지목된 채모군(12)의 개인정보 조회는 청와대에 파견 중인 경찰관이 신분증을 보이며 정보 조회를 요구하자 직원이 내부 규정을 무시하고 확인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조회를 도운 경찰관은 규정을 위반한 것이지만 이례적으로 빠른 진급을 했다.
11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실이 입수한 서울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 근무일지를 보면, 지난해 6월25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 파견된 김모 경정이 찾아와 채군의 신상정보를 조회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지구대에는 지구대장인 ㄱ경정과 순찰팀장인 ㄴ경위 등 13명의 경찰관이 주간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근무일지의 ‘취급사항’란에는 이날 오후 1시50분 ‘서울지방청 경정 ○○○가 특정 (신원)조회를 의뢰하여 조회함’이라고 적혀 있다.
이어 ‘조회 대상자는 △△△’ ‘조회자는 ㄷ순경’으로 적혀 있다. 일지에는 김 경정의 서울지방경찰청 경찰공무원증 앞·뒷면을 복사한 문서도 첨부돼 있다. 김 경정이 요구한 조회 내용은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군 모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지 등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향>에 “문서로 남겼기 때문에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전산조회”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경찰 내부 규정인 ‘정보통신운영규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경찰 정보통신운영규칙 52조에는 ‘다른 기관이 개인정보 제공을 요청했을 경우 경찰청이나 지방경찰청 및 경찰서에서 해야 하고, 해당 부서의 검토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청와대 파견 직원인 김 경정이 경찰에 조회를 요청하려면 정식으로 공문을 통해 하고, 지구대가 아니라 경찰서 이상의 기관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 경정이 같은 경찰이라 의심 없이 해준 것 같다”고 밝혔다. <경향>은 그러나 이 역시 ‘전산자료 조회는 경찰 업무수행에 필요한 경우에 한하고, 공공 목적을 위해 행정기관의 장이 요청한 조회는 소속 경찰서장의 사전승인을 받아 제한적으로 조회할 수 있다’는 규칙 51조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규정상 근무일지뿐 아니라 ‘전산조회 관리대장’에도 조회 사실을 적어둬야 하지만, 여기에 기록을 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지구대에서 김 경정을 맞았던 ㄴ경위와 ㄷ순경은 각각 조회 후 1계급씩 승진했다. 경찰청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승진했다고 밝혔으나 경찰청은 사적 전산조회를 한 경찰관에 대해 그간 최소 ‘견책’ 등 경징계를 하거나,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중징계 처분을 내려왔다.
이에 대해 김현 의원은 “사실상 청와대의 채 전 총장 관련 ‘신상털기’에 경찰이 내부규정까지 위반해가며 공범이 된 꼴”이라고 <경향>에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