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새비전 몸에 체화된 후보 끊임없이 키워내야”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야권의 대선 패배와 관련 “진보진영은 새로운 비전을 자신의 말과 행동 속에 체화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5년동안 끊임없이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4일 업로드된 팟캐스트 ‘이슈털어주는 남자’ 261회 ‘대선이 던진 화두 1-진보의 창의성’편에 출연해 “그런 후보가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는 5년이 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충고했다.
김 교수는 “또다시 선거 1년, 혹은 몇 개월 남기고 후보가 나와서 전혀 몸에 체화되지 않는 공약을 얘기하는 방식으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고 야권의 후보 배출 구조를 비판했다. 또 김 교수는 “민주통합당의 지리멸렬함을 가지고는 우리의 미래가 없다, 방향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일갈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선거 전략과 관련 김 교수는 “변화된 현실과 과거에 대한 향수를 적절히 섞어 중소기업 위주의 성장 모델을 얘기하는 동시에 국민들이 원하는 단기적인 갈구를 섞어버리는 선거 전략을 구사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러한 박 후보의 허구성, 빈 구석을 진보진영이 제대로 파고들지 못했다”며 “설득력 있는 정책 수단의 체계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진보진영을 비판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우선 순위를 선택하고 조정하는 것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라 후보의 말과 행동에 체화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박 후보는 중간에 경제 공약의 기조가 바뀌었다, 김종인표 경제민주화 공약 핵심 3가지를 받지 못하겠다고 했다”고 되짚었다.
“김종인 박사는 팽을 당했고 진보진영은 경제민주화 공약이 후퇴했다고 공격했지만 박 후보는 끊임없이 ‘나는 지킬 수 있는 것만 공약하고, 공약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자신의 이미지와 결부시켰다”고 박 후보의 정치력을 평가했다.
김 교수는 “결국 경제민주화의 후퇴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대한 실천 가능성으로 연결시켰고 이것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어필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가치체계는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보고서의 말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의 말과 행동 속에 체화돼야 한다, 이것이 정치의 핵심”이라면서 “박 후보는 몇십년 전부터 이런 이미지를 강화해 아무리 모순되고 빈 공간이 있어도 메어나가는 후보의 힘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조차도 가장 논리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공약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알지도 못하고 읽어본 유권자도 실행 가능성에 대해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고 김 교수는 비교해 분석했다.
또 김 교수는 “쌍용차, 한진중공업 등 비정규직 문제, 고용의 질, 정리해고, 노동 노사관계 현안 등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면서도 “이와 관련해 문 후보는 근본주의 함정에 상당 정도 빠질 수밖에 없는 노동시민사회의 요구를 거의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시민정치와 정당정치는 달라야 한다”면서 “시민노동단체는 자신들이 오랫동안 해왔던 일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지만 다른 부문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 이른바 통섭에 대한 과정이 상당히 결여돼 있다”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문 후보는 각계각층의 근본주의적 요구를 자신의 정책 요구 속에 다 쓸어 담았다”며 김 교수는 “반면 가계부채 같은 국민의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는 완전히 공백 상태로 남겨둬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장기적 가치 문제에 대해선 조정할 수 있는 원리를 만들면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라며 “민주당과 문 후보는 정치의 본질을 방기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대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