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화 “부정처사후 수뢰죄 의심…새누리 헌재 대변인 행보”
‘삼성 협찬 지시’ 논란을 빚고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62)가 판사재직 당시 삼성의 과징금 122억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경향>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재직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이 부과받은 과징금 중 최소 122억1800만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 후보자는 수원지법원장으로 가기 직전인 2003~2004년 서울고법 특별6부 부장판사로 있었다. 서울고법 특별6부와 특별7부는 공정위의 처분에 이의를 제기한 사건을 독점적으로 다루는 곳이다. 서울고법 담당 판사는 “보통 과징금이 일부라도 취소되는 비율은 10건 가운데 2~3건 정도”라고 설명했다.
<경향>에 따르면 이 후보자가 서울고법에 있으면서 관여한 삼성 사건은 4건으로 그중 3건에서 과징금이 취소됐다. 이 후보자는 삼성 관계자들에 부과된 과징금 195억8200만원 중 122억1800만원을 취소했다. 과징금 취소액 비율은 62.4%이며 사건으로 보면 75%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삼성 관련 공정위 판결과 협찬 요구가 이어져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렇게나 많이 삼성에 승소 판결을 하고도 협찬을 요구하는 것은 공직자로서의 조심성과 윤리의식이 결여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경향>은 보도했다.
이동흡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시절 유신헌법 제53조와 긴급조치 1·2·9호의 헌법소원 사건을 맡은 주심으로서 일부러 평의와 선고를 미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5일 <한겨레>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11년 10월13일 이 사건에 대한 헌재의 공개변론이 열린 뒤 지난해 9월14일 퇴임할 때까지 사건을 헌재 재판관들의 회의인 평의에조차 넘기지 않았다.
2011년 연말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이 평의에 사건을 넘기자고 했지만 이 후보자는 ‘더 검토할 것이 있다’며 미뤘다. 이후 담당 연구관이 2012년 6월 이전에 이미 추가 보고서를 제출했는데도 이 후보자는 자신의 퇴임 전 마지막 평의가 끝난 7월 후반에야 추가 보고서와 결정문 초안을 재판관들에게 회람시켰다.
결국 지난해 9월 14일 이 후보자를 포함한 재판관 4명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아직도 결정을 못하고 있는 상태가 됐다. 헌재 관계자는 “아예 평의에 넘기지 않아 다른 재판관들이 의견을 낼 수조차 없도록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강국 소장도 이 전 재판관이 퇴임 직전에야 초안을 내놓자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안에서는 당시 이미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있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선거법 위반 새누리 수원시장 비호, 영접 받아 구설수
또 이 후보자는 2006년 수원지법원장 재직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차례나 기소돼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던 김용서(72) 당시 한나라당 소속 수원시장에 대해 판사들의 반발을 묵살하고 법원 조정위원 자리를 계속 유지하게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15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수원지법 가사조정위원 재임 중 선거법 위반 혐의로 2005~2006년 두 차례 기소된 김 전 시장에 대해 “조정위원이 형사사건으로 우리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으므로 해촉해야 한다”는 일선 판사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유임시켰다.
당시 김 전 시장은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정 소식지를 규정보다 초과 발행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수원지검 공안부에 의해 2005년 12월 1차 기소됐다. 이후 2006년 8월에는 옥외전광판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 나오는 시정 홍보 영상물을 튼 혐의로 2차 기소됐다.
수원지법은 김 전 시장의 1차 사건에 대해 2006년 5월 벌금 50만원, 2차 사건에 대해 같은 해 10월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이 후보자는 2005년 10월 수원지법원장에 부임한 뒤 2006년 8월 한나라당 몫의 헌법재판관에 지명됐다. 이 후보자의 재직 기간 동안 김 전 시장은 1차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에 못 미치는 벌금형을 받은 것이다.
또 당시 경기도선관위원장을 겸임했던 이 후보자가 지방선거 후보이자 피고인 신분이던 김 전 시장의 영접을 받고 수원 화성 관람 행사를 치러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김용서 전 시장은 2011년 7월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중앙상임고문으로 임명됐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천 탈락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했다가 최근 새누리당의 영입 제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민주화를 위헌 변호사 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go발뉴스’에 “고등 법원에 있을 때 스스로가 삼성을 도와줬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며 “그래서 삼성 협찬을 스스럼 없이 지시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정확히 입증은 안 되지만 부정처사 후 수뢰죄로 볼 여지도 있다”며 “부정한 처사를 하고 사후에 금품 등을 받는 것으로 의심할 만한 팩트가 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긴급조치 헌법소원에 대해 이 변호사는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후보로 유력했으니까 부담을 느끼고 의도적으로 미룬 것”이라며 “이론상 위헌 결정을 안 할 수가 없으니 의도적으로 선고를 유예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 이 변호사는 “이 후보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지명됐는데 헌재 결정문을 다 분석해보니 한나라당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견해와 항상 일치하더라”고 “완전히 한나라당 헌법재판소의 대변인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헌재소장은 정치적 독립성을 갖고 판단해야 되는데 정치적 편향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헌법을 수호하겠냐”며 “여러 측면에서 부적격자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