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화 “재벌에 공정한 재판 불가, 치명적 결함”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법원장 시절 판사들에게 ‘삼성 협찬’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재벌에 공정한 재판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군인의 규율에 매우 엄격하면서도 본인은 군 복무중 석사 학위를 취득한 사실도 드러났다.
헌법을 수호하고 불법을 바로 잡아야 할 헌재소장 후보자에게 친일‧자질 논란에 이어 불법‧탈법‧권력남용 의혹이 ‘백화점’처럼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05년 말경 수원지법원장 재직 당시 대규모 송년회를 준비시켰다. 준비팀에는 부장판사와 단독판사, 배석판사, 일반직원까지 10여명이 있었다. 이 후보자는 당시 이들에게 “경품추첨 행사를 해야겠으니 ‘삼성’에서 물품을 받아오라”고 지시했다.
이에 판사와 직원들은 “삼성은 관내 기업이고 걸려 있는 민형사 사건도 많으니 협찬을 받아서는 절대 안된다”고 반대했지만 이 후보자는 “그 정도는 괜찮다”고 재차 지시했다고 <경향>은 전했다.
이에 준비팀이 “법원장님 옷 벗을 수도 있다. 절대로 못한다”고 강력하게 반대했고 결국 이 후보자는 협찬을 포기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을 상대로 이런 노골적인 협찬 요구는 유례가 없다며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공직자로서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위장전입 문제도 불거졌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는 1995년 6월 서울 송파구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로 주민등록지를 옮겼다가 4개월 만인 그해 10월에 다시 송파구의 아파트로 가족들과 세대를 합쳤다. 이 후보자는 1997년 6월에 가족 모두가 분당 아파트로 입주해 현재까지 살고 있다.
분당 신도시는 투기 과열로 검찰과 구세청이 합동단속까지 벌인 지역으로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이 짙다. 이 후보자는 “아파트 등기를 위해 주소지만 옮겼다”고 해명했다.
군 복무 중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력과 관련 ‘특혜 논란’도 불거졌다. 14일 <한겨레>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군법무관으로 입대한 지 1년 만인 1977년 2월 서울대 법과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 후보자는 73년 3월 대학원에 입학한 후 5개월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2년간 사법연수원(74년 3월~75년 10월)에 다녔다. 입대 전 이 후보자가 정상적으로 대학원에 다닐 수 있었던 기간은 1년 뿐으로 군대에서 ‘기본권 제한’은커녕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던 2010년 10월 국방부가 <나쁜 사마리아인> 등 23권의 책을 불온서적으로 규정해 군대 반입을 금지한 군인복무규율이 위헌이라며 군법무관들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5명의 재판관과 함께 합헌 의견을 냈다.
당시 이 후보자는 “군대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군인에게 보장되는 기본권은 민간인과 다르다. 이건 선진국에서도 인정하는 법리가 아니냐”고 질의했다.
석사학위 취득에 대해 이 후보자는 “군 복무 중 대학원 과목을 수강한 적이 없다”며 “사법연수원과 법학대학원을 같은 기간에 다녔고, 군에서는 근무시간 이후에 논문을 썼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또 이 후보자는 “군인 기본권 제한에 대한 발언은 불온서적에 한정된 것이었다”며 “석사학위 논문을 군에서 쓴 것은 (기본권 제한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go발뉴스’에 “삼성 협찬건은 사실상 광범위하게 뇌물로 볼 수 있다”며 “판사나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는 건 기본적으로 공직자로서의 불감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삼성이 수원지방법원 관내의 대기업으로 삼성과 간접‧직접적으로 관련된 형사사건‧민사사건이 상당히 많다”며 “그렇다면 재벌에게 협찬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재벌 사건에 대해서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덕적 자질에 치명적 결함이다”고 지적했다.
또 관용차 논란을 지적하며 이 변호사는 “공직 수행과 불가피한 경우에만 이용해야 되는 건데 마치 특권으로 생각을 한 것”이라면서 “공권력의 부당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 견제를 해야 될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번 주 내에 이동흡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시절에 했던 주요 판례들에 대한 평석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21~22일 이틀간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