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로 떠난 이들에 ‘베르테르효과’라는 이상한 언론”
3월 5일 갑작스레 터진 짝 출연자 자살 소식은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예능 프로그램 촬영 중에 출연자가 자살하는 일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아니 앞으로도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출연자의 자살보다 더 끔찍한 일이 그 후에 벌어졌다. 자살기사에 달리는 댓글 그것도 베스트로 뽑힌 악플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왜 하필이면 거기서 죽냐는 투다. 다시 말해서 죽음이 민폐라는 것이다.
자살은 어떤 경우에라도 동조할 수 없는 극단적 선택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선택을 한 고인에 대해서 비난하는 것 또한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게다가 아직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모든 정황이 드러난 상태도 아니다. 사고직후의 대단히 부족한 정부만으로 한 사람의 죽음을 너무 간단하게 판단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생명경시 풍조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사회가 너무 무서워지고 있다.
누구에게나 생명은 소중한 것이고, 그 존엄은 스스로 포기했다고 해서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다. 기사에 등장하면 상대가 누구라도 아무 말이나 쏟아내는 풍토라지만 고인을 욕보이는 말을 서슴지 않는 모습들은 섬뜩할 지경이다. 그들 악플들 속에는 다른 출연자나 제작진을 걱정하는 말도 보이지만 진심인지는 솔직히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딸을 잃은 부모심정은 왜 헤아리지 않는 것인가 말이다.
또한 거의 일주일간을 함께 지낸 다른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제작진들까지 큰 충격에 빠졌을 것이며 그들 또한 다른 의미의 피해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왕따니 강압이니 너무 앞서가는 것도 이들에 대한 폭력이나 다름없다. 사망자 친구의 인터뷰를 전한 기사에 따르면 출연에 강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곧 사망원인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아니, 현 상황에서는 어떤 정황이나 증언도 자살원인으로 유추하는 것 자체가 경솔한 일이다.
이 사건이 전해지자 언론들은 앞을 다투어 ‘짝’의 문제점을 들춰내고 있다. 마치 터질 게 터졌다는 어조의 기사가 등장하고 있다. 그렇게 잘 아는 이야기를 왜 이제 와서야 말하는지 궁금한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짝’이 문제가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할지라도 사람이 죽을 만큼은 아니었을 것이다. 고인의 죽임이 마치 미필적 타살이라도 되지 않을까 가십성 호기심을 갖는 언론의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최근 생활고에 쫓긴 세 모녀 자살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그러자 한 언론에서는 베르테르효과를 들고 나왔다. 동반자살에 대한 검색어가 2배가량 늘었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어떤 경향과 검색어의 증가가 전혀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생활고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베르테르효과를 갖다 붙이는 것은 공감할 수 없었다. 왠지 복지정책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정부에 편들기 위한 억지라는 의심과 함께 한 가족의 죽음이라는 비극에 대한 무감정한 태도에 반감을 갖게 될 뿐이다. 장례식장에 가서 소감을 묻는 언론이니 당연한 모습일까.
생활고 때문에 죽음을 택한 사람에게 베르테르효과라는 말을 꺼내는 언론이나 고인에게 민폐라는 악플을 다는 악플러나 차이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언론이나 개인 모두 사회에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 자유로운 시각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죽음에 대해서는 지금보다는 좀 더 조심스럽고, 또 때를 기다리는 자세 또한 필요할 것이다. 유가족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이라면 온라인상에서도 삼가야 할 것이다. (☞ 국민리포터 ‘탁발’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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