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마오의 분발을 기대하는 이유
미국 NBC에서 이번 소치동계올림픽 피겨 중계 시청률이 미국의 슈퍼볼을 능가할 거라 예측했다. 그만큼 세계인의 관심이 김연아에게 쏠려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전체 서른 명의 선수 중 열일곱번째로 등장한 김연아는 차분하게, 웜업때 속을 태우게 했던 점프도 실전에서는 실수 없이 모두 성공했고 그야말로 깨끗하게 쇼트 프로그램을 클린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벤쿠버의 점수를 넘어설 것인가를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화면에 드러난 점수는 눈을 의심케 했다. 시즌 최고점인 아사다 마오의 73.18은 훌쩍 뛰어넘었지만 기대했던 점수에는 못 미쳤다. 김연아의 쇼트 점수는 74.92. 분명 박한 점수지만 한편으로는 예상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우리나라가 아닌 프랑스, 영국, 그리고 캐나다의 중계진들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많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소란을 피울 일은 아니다.
어쨌든 올 시즌 최고점인 아사다 마오를 능가했고, 김연아에게 박하면서 유럽선수들에게 후한 점수를 줬어도 차마 김연아 이상을 주지 못한 것은 중요한 단서다. 어차피 편파를 작정했다면 2위와 3위를 기록한 선수들에게 김연아 점수 이상을 주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이유는 심판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한 김연아의 존재가 그만치 크다는 것이다. 정직하지는 않았지만 차마 김연아 위에 누군가를 둘 수 없다는 일종의 강박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그러나 이런 편파판정은 사실 문제 삼고 싶지 않다. 쇼트에 이어서 프리 스케이팅에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김연아가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괜찮다. 금메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김연아라는 이름을 위해서다. 시니어 무대에 입성한 후 줄곧 지켜온 김연아의 명성, 김연아의 존재를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기억하기 위함이다.
이제 여왕 김연아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그 마지막을 평화롭고 아름답게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 김연아는 올림픽 2연패를 위해 악착같이 도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수생활을 매듭짓기 위한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금메달 혹은 색깔이 다른 메달을 얻게 되더라도 그것은 목표가 아니라 그 과정의 보너스쯤으로 생각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편파판정에 대한 소란은 없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김연아의 마지막을 소중하게 지켜주고 싶은 마음으로 주목한 선수가 있었다. 그것은 러시아의 신예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나 쇼트에서 깜짝 2위로 급상승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아니다. 바로 아사다 마오다. 김연아와 같은 시기에 항상 경쟁했어도 끝내 김연아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김연아와 또 나란히 올림픽 마지막 무대에 선 이상 실수 없이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기 바랐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마지막 경쟁에서 서로의 무결점 연기로 정정당당한 평가를 받기를 바랐다. 그러나 쇼트 마지막에 출전한 아사다 마오는 아쉽게도 첫 번째 점프부터 실수를 보였다. 자신의 시즌 최고점을 넘은 김연아도 압박이었을텐데, 바로 앞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가 김연아의 점수에 육박하는 연기를 보였던 것이 결정적인 부담이었을까. 아사다 마오는 스스로 김연아와의 마지막 경쟁 무대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아사다 마오가 경쟁에서 멀어진 이상 김연아의 경쟁 상대는 아무도 없다. 이미 메달권에서는 멀어졌지만 그래도 남은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아사다 마오가 최상의 연기를 해주길 기대한다. 그것이 김연아의 라이벌이었던 아사다 마오가 지켜야 할 마지막 도리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그녀들의 경쟁 또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제 아사다 마오가 챙길 수 있는 것은 승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긴 세월 세계가 그렇게 표현했던 것처럼 김연아의 라이벌이었다는 자격만은 지켜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아사다 마오의 분발을 기대하는 이유다.
한편 SBS는 김연아의 연기를 중계한 다른 나라의 방송을 소개했다. 그중 영국 BBC의 중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김연아가 연기하는 동안 중계진은 대단히 조용하고 신중했다. 그렇지만 물이 떨어져 얼음으로 흡수되는 듯한 자연스러운 김연아의 점프를 보고는 나지막한 감탄사마저 참아내지는 못했다. 그 한마디는 “아름답다”는 말이었다. SBS의 배기완 캐스터도 비슷한 지점에서 “아름답습니다”라고 한 마디 했을 뿐이다. 점프를 잘할 수는 있어도 아름답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 것이다. 어디 그들뿐이겠는가. 세계가 같은 마음, 같은 감탄을 공유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남은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김연아의 아름답지만 마지막인 착지를 기다리면 그만일 것이다. (☞ 국민리포터 ‘탁발’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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