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은메달에 ‘스캔들’을 외치는 외신들
김연아가 여왕의 마지막 무대를 결점 없는 완벽한 연기로 끝마치고 키스앤크라이존으로 와서도 어쩐지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어제 이미 쇼트에서 경험한 것이 있어 완벽한 스케이트를 타고도 불안을 느낄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잠시 후 발표된 점수는 우려를 현실로 확인시켜줄 뿐이었다. 그렇지만 이내 일어나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이번 고별무대의 목적이 메달이 아니라 여왕다운 커튼콜에 있었다는 의미를 다시 알아달라는 의미처럼 보였다.
김연아 역시 사람인지라 플라워 세리모니에 임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고역스러워 보였다. 그래도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오히려 더 가슴을 아프게 했다. 세레모니를 마치고 나와 우리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실수 없이 마칠 수 있어서 성공적으로 끝낸 거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 마지막 무대를 클린으로 마치고 싶다는 스스로의 바람과 약속을 김연아는 모두 지켰다.
다만 러시아가 솔트레이트에 이어서 또 한번의 추악한 피겨 스캔들을 만들었을 뿐이다. 올림픽의 역사의 수치가 된 소치의 피겨 스캔들은 굳이 우리 입으로 말할 필요도 없었다. 피겨 스케이팅 결과를 본 외신들이 앞 다퉈 러시아를 향한 불만과 비난을 쏟아냈다.
프랑스 <L'EQUIPE>지는 ‘또 스캔들, 또’라는 타이틀로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ESPN은 ‘Home-Ice Advantage’라는 타이틀로 소치발 스캔들을 알렸다. 그런가 하면 NBC는 소치올림픽 트위터를 통해 ‘여러분은 김연아의 은메달이라는 결과에 동의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또한 미국 시카고 트리뷴은 ‘피겨 역사상 가장 의문스러운 판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독일의 ARD 방송 역시 ‘올림픽 승리가 확실시 됐으나 이해할 수 없게도 219.11점을 받았다’며 러시아에 의문을 던졌다.
외신들의 분노에 찬 비난은 여기서 그치질 않는다. LA타임즈는 김연아가 5분 후에도 챔피언으로 결정나지 않는다면 엄청난 스캔들이라고 돌직구를 던졌으며, 남자 피겨의 전설 딕 버튼 역시 트위터를 통해서 김연아가 진정한 챔피언이었다며 소치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모든 외신의 논조는 한결같이 소치 스캔들을 의심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플라워 세리머니 후 다시 링크로 내려와 포즈를 취할 때에 김연아와 소트니코바가 나란히 서있었지만 동메달의 코스트너가 김연아 왼쪽, 다시 말해서 김연아가 중앙에 서도록 자리를 잡았다. 현장에서 함께 경합한 스케이터에게도 이날의 승자는 김연아였다는 무의식의 반영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김연아가 웃으며 자리를 소트니코바에게 양보했지만 사실은 너무도 당연한 김연아의 자리였던 것이다.
그렇게 김연아의 마지막을 장식한 올림픽 링크장은 역겨운 스캔들도 더럽혀졌지만 별은 어두울수록 더 빛을 발하는 것처럼 김연아는 언제나처럼 아름답고, 우아하고 또 완벽했다. 밴쿠버에서 끝낼 것을 그래도 국민을 위해서, 팬을 위해서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소치까지 와준 것만으로도 우리로서는 만족할 수 있다. 이제 소치에서의 추한 스캔들은 세계 언론과 스케이팅 전문가들이 알아서 가닥을 잡아줄 것이다.
결국은 김연아는 선수들이 아닌 9명의 강도들을 상대해야 했고, 김연아의 유일한 단점이라는 국적의 핸디캡을 극복하지 못한 채 그들에게 금메달을 빼앗겼다. 세계는 솔트레이크 이후 최악의 피겨 스캔들로 얼룩진 소치 아니 수치 올림픽을 기억할 것이다. 또한 김연아의 금메달을 되찾아오지는 못할지라도 이번 일을 계기로 익명 심사의 폐단만은 꼭 뜯어고치게 될 것이다. 그것만도 김연아가 스케이팅 역사와 후배 스케이터에게 남겨줄 수 있는 금메달 이상의 선물이며, 이미 전설인 김연아의 위력일 것이다.
김연아도 사람인지라 그 상황에 분노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여왕다운 품위와 너그러움을 놓지 않았다. 그런 김연아의 의연한 모습은 억지로 금메달을 가져가야 했던 러시아 전체를 부끄럽게 하고도 남을 대인배의 처세였다. 김연아는 끝까지 김연아였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언론이 2연패 실패, 좌절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김연아는 할 것을 다했다. 거기에 실패란 단어는 대단한 실례다. (☞ 국민리포터 ‘탁발’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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