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에 멍든 사회, 여대․패션모델까지 ‘서열본능’

“그릇된 군대 잔재.. 장유유서 아닌 상명하복 강요”

ⓒ'탁발'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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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 여대 체육과 군기잡기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tvN 토크쇼에 출연한 모델 송경아와 한혜진의 입에서도 군기 이야기가 나왔다. 여자대학교에 군기가 있다는 것만도 놀라웠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을 하는 패션모델세계에 군기가 있었다는 말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대관절 군기가 뭐라고 자유로워야 할 캠퍼스에, 그보다 더 자유로울 것만 같았던 패션모델의 세계에까지 침투했다는 말인가.

이번에 새삼스럽게 여대 체육과가 문제가 됐을 뿐 사실 대학의 군기잡기는 그동안 토크쇼를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추억담처럼 쉽게 거론돼왔다. 특히 연극영화과의 군기잡기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농담처럼 주고받았다. 물론 모두 지난 과거 일이고, 그들이 스타라는 사실 때문에 거부감을 주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사실 따지고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도대체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에게 군기라니 웃기도 못할 일이다.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이번 여대 사건을 볼 때 진짜 사라졌는지에 대해 의심할 여지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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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치 올림픽을 통해 한국은 안현수 쇼크를 입었다. 그러면서 쇼트트랙의 많은 문제들이 새삼 거론됐는데, 그것은 파벌과 폭력이었다. 그러나 쇼트트랙만 그런 것도 아니다. 작년에는 체대의 체벌이 사회문제로 비화됐었다. 또한 프로농구중계에서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감독이 선수 입에 테이프를 붙이게 하고 쌍욕을 하는 행위가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아마도 중계 카메라가 없는 락커라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눈에 선하다. 게다가 프로선수가 그 정도라면 그 아래 대학이나 중고등학교로 내려가면 어떨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충격적인 사건들이지만 그런 것들은 체육계에서 흔한 군기잡기의 한 모습뿐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따라서 여대의 군기라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아직도 우리사회에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는 군기잡기의 청산이 시급하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특정 여대 그리고 체대라는 특정 대상을 향한 사회적 왕따에 그치고 말 것이다. 군기는 여대라서 웃긴 것이 아니라 여대까지 침투할 정도로 지독한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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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명칭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사실 군기라고 표현되는 것들은 사실은 그저 폭력이고 또한 범죄라는 것이다. 선배라고 해서 후배를 구타하거나 혹은 후배의 사생활까지 규제하는 권리가 있을 수 없다. 이유를 막론하고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폭력이고, 형법으로 금하고 있다. 그것이 어떻게 문화일 수 있겠는가. 기껏해야 군대잔재일 뿐이다. 당연히 폭력이고 범죄인 그것을 군기문화라고 부르는 완화된 표현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또한 장유유서로 위장한 상명하복, 서열세우기를 없애야 할 것이다. 요즘 최고 인기드라마인 별에서 온 그대에서도 박해진이 신입사원으로 들어가자 선배사원들은 군기부터 잡으려 드는 장면이 있었다. 드라마라 과장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우리는 흔히 마음에 들지 않는 후배(학교건 사회건)를 보고 별생각 없이 군기가 빠졌다는 표현을 쓴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어리거나 혹은 집단의 새내기에 대한 일반의 태도가 그렇다.

우리는 초면의 사람과 나이부터 확인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나이를 한두 살 올려 말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세계 어딜 가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독특하고도 사실 많이 민망한 현상이다. 또 그런 사람들은 장유유서를 강조한다. 삼강오륜 자체가 그다지 유효한 가치가 아닌 세상이 됐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가 하고 있는 짓은 장유유서가 아니라 상명하복의 강요에 불과하다. 그릇된 군대잔재를 없애기 위해서는 먼저 민증부터 까고 보는 서열본능부터 몰아내야 할 것이다. (☞ 국민리포터 ‘탁발’ 블로그 바로가기)

[편집자註] 이 글은 외부 필진(블로거)의 작성 기사로 ‘go발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go발뉴스’는 다양한 블로거와 함께 하는 열린 플랫홈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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