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사 유감 표명.. 언론 “기사 지웠습니다” 굽신

삼성, <또 하나의 약속>이 불편한 이유는?

한 인터넷 언론사 대표가 삼성그룹 간부들과 만난 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다룬 자사의 일부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또 하나의 약속> 외압 논란에 더욱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에 따르면 인터넷 언론사 A 대표는 지난 18일 삼성그룹의 모 전무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서 “어제 (삼성그룹의) 차장과 얘기해보니 지난달 <또 하나의 가족> 기사가 떠 서운했다고 하기에 돌아오는 즉시 경위를 알아봤다”며 “제 책임 하에 바로 삭제 조치시켰다”고 밝혔다.

또 A 대표는 ‘삭제 보고’를 한 후 “물론 칼럼니스트가 특별한 의도를 갖고 쓴 것은 아니었고, 간부들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설명과 함께 “(A 대표가) 몇몇 매체를 도는 동안 항상 애정 어린 눈길로 보살펴 주신 점 깊이깊이 감사드린다”며 자신이 삼성그룹과 해당 언론사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이 같은 사실은 A 대표가 메시지 전송 과정에서 삼성 간부가 아닌 <프레시안> 등 일부 기자에게 잘못 보내면서 알려졌다. 또 영화 제목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잘못 표기하기도 했다.

A 대표가 삭제 지시한 기사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위해 연예인들이 사비를 털어 상영회를 마련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로 지난 5일 게재됐다가 A 대표의 지시에 따라 18일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이 언론사는 영화에 대해 연예인 상영회 외엔 ‘철저하게 선동 작업준비를 마친 영화’라는 등 부정적인 기사를 써 왔다.

ⓒ 프레시안 화면 캡쳐
ⓒ 프레시안 화면 캡쳐

한편 A 대표는 전날 삼성 간부들과 만난 일과 그중 한 명에게 문자를 보낸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그쪽(삼성)에서 서운하다고 한 것은 비슷한 내용의 영화 홍보성 기사 두 개가 올라왔다는 것이고, 기사를 지워달라는 얘기는 없었다”고 <프레시안>에 해명했다.

또한 그는 “저희는 두 개 기사 중 한 개만 지웠고, 나머지는 그대로 있다”며 이는 “포털에서 유사 기사 반복 전송이 워낙 문제가 되니까 둘 중 하나는 지우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기사 삭제 행위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보통 비슷한 기사를 여러 개 내보내면 언론이 작정하고 ‘조지기’ 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한 긍정 보도가 여러 번 나간 건 삼성 측을 조지려고 한 게 아니라 단순 착오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해명하기 위해 문자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삼성 측을 의식해 긍정 보도 일부를 삭제하고, 이를 보고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go발뉴스’도 사실 확인을 위해 A대표에게 연결을 시도했다. A대표는 “오랜 선후배지간으로 덕담 차 인사말을 보낸다는 것이 잘못 전달됐다”며 “(기사 삭제와 관련) 모든 언론사는 같은 내용의 기사를 2번이상 쓰지 않고 후에 중복된 것이 확인될 경우 하나는 삭제 하고 있다”고 밝혔다.

A 대표는 이어 “(삭제된 삼성 기사가) 중복기사기 때문에 조치한 것이고 모든 기업에 예외 없이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로 그 동안 영화에 대한 삼성 측의 직접적인 반응이 없던 상황에서 영화를 불편해하는 삼성 내부 분위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앞서 삼성은 영화 개봉 즈음에 영화 속 본사 앞 유가족들의 침묵시위를 회사 측이 물리력으로 막은 것과 직원들이 황 씨 가족을 미행한 장면 등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 반도체 노동자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故 황유미 씨와 딸의 죽음에 삼성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한 아버지 황상기 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높은 예매율에도 대규모 멀티플렉스에서 상영을 기피해 삼성 외압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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