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두레 참여한 우리 모두 ‘또 하나의 가족’
삼성반도체 노동자로 근무하다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故 황유미 씨의 실화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첫 시사회가 열렸다.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첫 시사회에는 제작두레에 참여한 35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김태윤 감독을 비롯해 어린 딸을 백혈병으로 잃고 거대 기업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를 연기한 배우 박철민 씨와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독성물질에 노출 돼 백혈병에 걸린 황유미 씨를 연기한 배우 박희정 씨도 참석했다.
또한,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도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영화를 연출한 김태윤 감독은 인사말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못 만들 거라고 우려했다”며 “하지만 저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 했다. 그 이유는 지금 이 앞에 와주신 분들 때문이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배우 박철민 씨는 “시사회 시작 전에 실제 주인공인 황상기 아버님을 뵈었는데 지금 밖에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엄청 많다고 좋아하셨다”며 “당신의 이 아픈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말씀하시고 싶어 하셨을까 하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울컥했다”고 말했다.
박철민 씨는 이어 “우리 영화를 통해 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 됐으면 좋겠다”며 “또한 영화를 본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분노하기도 하고 아파하기도 하면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그 동안 영화 제작을 맡은 윤기호 PD는 “원래 영화 제목이었던 <또 하나의 가족>이 왜 <또 하나의 약속>으로 바뀌었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며 실제 삼성과의 연관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윤 PD는 “이 영화는 어느 특정 기업을 겨냥한 작품이 아니다. 아버지와 딸의 약속, 상식에 대한 더 큰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그렇게 했을 때 이 영화 자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해 제목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황상기 씨와 함께 삼성에 맞써 싸워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도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황상기 씨는 “이 문제를 처음 접할 때는 너무 억울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붙잡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오늘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 상당히 기쁘다. 웃어도 되는 날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반도체 공장은 독한 화학약품을 사용해 많은 환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회사는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많은 환자들이 나오면 정부가 나서서 심판을 하고 제재를 가해야하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황씨는 “이 회사(삼성)의 못된 모습을 많은 기업들이 보고 있다. 기업이 노동자들을 병들게 해 죽여도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노동조합 인정을 안 해도 아무런 제재도 안 받는 걸 다른 기업들이 보고 따라한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고 강조하며 “저와 반올림은 삼성에게서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잘못된 점을 고치려고 노력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여기에 여러분들이 많은 도움 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종란 노무사는 “하루하루가 기적 같고, 믿기지 않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며 “영화 속에 각색된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실제 있었던 일들이었다”고 소회했다.
이 노무사는 이어 “영화를 보는 동안 돌아가신 분들이 떠오르기도 한다”며 “영화를 위해 제작 두레에 참여하신분들이 힘을 합친 것처럼 법정에서 이기기 위해 반올림 활동가들이 함께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故가 황유미씨의 산재 인정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편 윤기호 PD는 영화가 개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며 기존 제작 두레를 ‘개봉 두레’로 전환할 것을 선언했다. 영화 시사회는 이날을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서울,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속초, 제주 등에 걸쳐 진행된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정식 개봉일은 2014년 2월 6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