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사건’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무리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인권을 침해했다는 구속자 가족들과 압수수색 대상자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12일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들과 인권단체는 서울 중구 정동의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소위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인권침해 보고회’를 열고, 보고회 참가자들에게 ‘변호인이 되어달라’고 호소했다.

▲ ⓒ'go발뉴스'

구속된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소장의 아내 엄경희 씨는 “압수수색 한달 전부터 국정원이 집 주변을 몰래 촬영했다. 주택을 사방에서 들여다보기도 했는데 한번은 눈이 마주쳐 도망가기도 했다”며 “무서워서 CCTV까지 설치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엄 씨는 남편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던 날 국정원 직원들로 보이는 여성들이 자신의 사진을 찍어 일베에 올렸던 일, 재판 날 탈북자 단체와 보수 단체로부터 욕설과 폭행을 당했던 경험을 토로했다.

엄 씨는 “로마 시대 문둥병 환자는 가까이 가거나 말을 걸기만 해도 그 사람은 문둥병 환자가 됐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그런 문둥병 환자 같은 사람이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압수수색 대상자였던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장도 압수수색과 조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와 피해 경험을 회고하며 “압수수색이 벌어지자마자 언론보도도 안 됐는데 TV조선에서 취재를 왔다”며 “미리 연계해서 작전을 짠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무엇보다 가슴 아팠던 것은 성명서를 채택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안을 냈지만 채택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라며 “민주노총 경기지부 등에 연락해 성명서를 넣으려 했지만 ‘조작된 내란음모 사건’이라는 문구를 넣을 수 없다고 했다. ‘소위 내란 음모’라는 문구를 넣으면 안 되냐 했는데 이것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또 “한 시민단체 집행위원장은 ‘뭔가 있겠지 국정원이 그냥 했겠냐’라고 말했고 성당 구형 모임 사람들은 자신을 변호했다는 이유만으로 빨갱이 소리를 듣기도 했다”며 내란음모 사건 보도 이후 ‘종북 낙인’이 찍혔다고 호소했다.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들의 정신건강을 분석한 이상윤 직업환경과학 전문의는 “정치적 갈등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안장애 등을 유발해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와 세심한 치유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나타나고 있는 삶의 질 저하나 정신건강의 저하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방법은 진실이 규명되고 그 과정에서 명예가 회복되는 것과 더불어서 관련된 책임자가 사과를 하거나 처벌을 받는 것”이라며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 않거나 가해자가 여전히 떵떵거리며 사는 상황이 벌어지면 아무리 훌륭한 의사들이 개입을 해도 치유가 되질 않는다”고 관계자의 사과와 처벌을 반복해서 촉구했다.

한편 이들은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이러한 인권침해에 관한 내용에 대해 진정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