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이석기 사건, 녹취록 원본 없지만 왜곡 안했다”

진중권 “비교할 원본 없앴다면 사본 의미 없다”

‘내란음모사건’의 핵심 증거로 여겨지고 있는 녹취록의 원본 파일이 없다는 증언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그러나 해당 녹취록을 작성한 국정원 직원은 편집 등 왜곡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4일 오전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검찰측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직원 문모씨는 “제보자가 녹음한 내용을 듣고 그대로 녹취록을 작성했다”며 “녹음파일을 외장하드나 다른 컴퓨터로 옮긴 뒤 지워 원본은 남아있지 않지만 편집이나 수정을 어떻게 하는지 모를뿐더러 녹음기에는 편집‧수정 기능도 없다”고 부인했다.

문씨는 이 사건의 제보자로부터 2011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RO회합과 홍순석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 한동근 수원시위원장 등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47개를 넘겨받아 12개의 녹취록을 작성했다.

이 가운데 11개는 제보자가 임의 제출한 녹음파일로, 나머지 1개는 법원이 발부한 통신제한조치 허가서를 제보자에게 제시하고 녹음을 요청해 받은 파일로 작성됐다.

이와 관련 문씨는 “임의제출 받은 파일은 제보자가 일시, 대상, 장소 등을 스스로 결정해서 녹음한 뒤 자진해 제출한 것”이라며 “녹음을 지시하거나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보자에게 녹음기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 문씨는 “(제보자가) 홍씨에게 갑자기 연락을 받고 저한테 연락을 했다”며 “어떤 녹음기를 사용해야 하는지 몰라서 빌려달라고 말해 대여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보자에게 먼저 녹음해달라고 한 적은 없으며, 특정 대화를 유도하거나 특정 화제로 대화를 이끌어 가라고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RO 모임 등의 대화를 직접 녹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RO는 비밀조직”이라며 “수사관이 들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내부의 협조자 없이는 (녹음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보자를 통해 녹음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블로그
ⓒ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블로그

녹취록의 원본파일이 없다는 국정원의 이 같은 증언에 대해, 트위터 등 SNS상에서는 비난이 빗발쳤다.

동양대 진중권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녹취록 뜨고 원본을 폐기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죠. 사본의 올바름은 원본과의 일치를 통해 확보되는데, 비교할 원본을 없앴다면 사본은 의미가 없죠. 원본 있는데, 공개하기는 곤란하다는 뜻으로밖에는 해석이 안 되네요”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최성진 기자는 “알투(R2), 카스 등 최첨단 도감청 장비와 전문 도청인력을 갖춘 대한민국 유일의 ‘도청전문기관’이 녹음파일 원본을 분실 혹은 파기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고 꼬집었다.

파워트위터리언 레인메이커는 “결국 원본이 없다는 말이다. 원본이 없는 녹취록이 그 진정성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원본도 없는 녹취록으로 내란죄라는 큰 범죄를 구성?”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한 네티즌 ‘min*******’은 “성희롱 안했지만 내 손이 허벅지에 올라가 있었다. 도둑질 안했지만 지갑이 내 주머니에 들어와 있었다. 논문 표절 안 했지만 오타까지 똑같이 되어 있었다.. 대체 뭐가 다르냐? 부끄럽지도 않나?”라고 질타했다.

아이디 ‘leont*****’는 “삼성X파일은 삼성과 관련된 많은 탈법과 불법이 있어서 공익을 위해 그 일부를 공개한 노회찬과 (이상호 전 MBC)기자는 깨지고...ㅠㅠ.. 그 전체 내용은 오리무중이 돼 버렸고.. 돈으로 정보원 만들어서 임의로 만들어진 원본 녹음파일은 없다면서, 녹취록을 들이미는..”이라며 개탄했다.

이밖에도 SNS상에는 “백만 번 양보해서 녹취록이 조작이 아니라 해도 원본파일이 없으면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MB**********),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서 녹음 파일 원본도 없고 하드 디스크 내장도 없다는 게 말이나 되냐?”(ASe*********), “파일 원본이 없다면서 어떻게 스스로 왜곡이 됐는지 안됐는지를 판단하나? 누굴 바보로 아나”(nich*****), “가장 강력한 증거로 제시된 녹취록의 원본이 없단다.. 그러고도 현직 국회의원을 구속시켰다.. 공안통치의 전형이다”‏(ver******),

“원본 없이 왜곡이 있고 없고를 어찌 아냐. 어디에 근거해서? 시험문제는 없지만 틀린 답은 아니다? 미친거냐”(ll***), “이게 말입니까? 막걸리입니까? 막장 조작극임을 국정원 스스로 실토하는군요”(big******), “이런 코메디가 원본은 없는데 왜곡 없다니..이게 말이야 막걸리야”‏(jasm******)라는 반응들이 올라왔다.

한편, 증인신문에 앞서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국정원이 CNC 등 통합진보당 관련 업체 15곳을 압수수색 한 것과 관련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공판기일이 시작되기 전에 제출돼야 할 증거들을 공판기일에서야 새롭게 제출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증인신문은 국정원 직원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정 내부에 가림막이 설치된 상태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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