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이 당시 수사를 맡은 실무팀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서울청 입장만을 중심으로 판결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핵심은 주체적인 수사권한을 가진 수서서 수사팀에 대한 상위 기관인 서울청의 외압 유무였다. 따라서 무엇보다 수사팀의 입장을 판결 과정에 반영 돼야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서울청의 시각에서 각 상황을 각각 분절해 해석함으로써 수사책임자인 권은희 과장의 진술을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6일 판결에서 “수서서가 영장 신청을 위해 검찰청으로 출발한 상황에서 서울청장이 과장이 아닌 휘하 수사과장에게 직접 전화했다는 권 과장의 진술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청장이 수서서장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수사과장에게 직접 전화해 재차 영장신청 보류를 지시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권 과장의 주요권한 중 하나인 영장신청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한 알아보기도 다는 '서울청장의 권한 행사' 논리를 든 것이다.

재판부는 또한 “권 과장이 통화 내역상 그런 내용이 없는데도 ‘국정원 직원이 분석과정에 개입하는 문제로 수사2계장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진술을 했다”며 이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 ⓒ'팩트TV'

하지만 권 과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업무상 전화는 경찰 내선 전화로 이뤄진다. 통화기록은 휴대전화 통화기록 뿐”이라고 밝히며 “수사주체인 수서서 수사팀의 권한을 침해해 위법하게 판단된 것인지 등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부족하거나 없는 판결”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가 일부 증거에 대해 오판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법원이 특정한 사실관계로 범의를 좁혀서 사건을 해석해 전체적인 흐름을 무시했다”면서 “증거의 가치판단 등 법률적 부분에 있어 다시 고려해볼 사안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 김 모 씨의 노트북과 컴퓨터에 대한 분석 범위를 제한해 결국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재판부는 분석범위에 있어서 서울청이 근거로 든 판례가 과연 적절한지 등 권 과장의 주장을 입증해나간 것이 아니라 다른 상반된 진술을 근거로 증거분석팀의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재판부의 판결에서는 ‘허위 수사발표’ 등 정황은 있지만 이를 누가 주도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셈이다. 판단이 전반적인 사건의 흐름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 ‘진술의 신빙성’이라는 프레임 안에서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