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학서열화에 여대·지방대 차별 논란

조국 “전 세계에 유례없는 일.. 대학 위에 삼성”

삼성이 올해부터 신입사원 선발과정에 ‘대학총장 추천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전국 200여 개 대학에 추천 인원을 통보했다. 하지만 대학별 추천 인원수를 두고 또 다른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우려와 함께 상대적으로 여자대학과 호남권 대학의 할당 인원수가 적어 ‘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삼성이 전국 200여 대학에 신입사원으로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 인원은 5천 명이다. 이중 삼성이 성균관대가 115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할당받았고, 서울대·한양대가 110명으로 뒤를 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할당인원은 <한국대학신문>이 공개했다.

이는 기존의 이른바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관습적인 대학 서열과는 달리 이공계열이 강한 학교에 상대적으로 많은 추천 인원이 배정돼 철저히 삼성 자체 기준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과거 입사자들의 출신 대학 비율과 산학 협력 여부 등을 모두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 측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데다 또 다른 서열화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삼성의 추천 인원 할당은) 대학 서열 기준을 제시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며 “소위 글로벌 기업으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경솔한 접근을 한 것”이라고 <경향신문>에 말했다.

여자대학과 지역을 차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이 할당한 인원을 보면 지방대학 중에는 경북대가 고려대·연세대와 같은 100명을 할당받아 가장 많았고, 부산대 90명, 부경대 40명이었다.

반면 전남대, 전북대 등은 각각 30명으로 호남권 주요 대학은 추천 인원수가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여자대학인 이화여대는 30명, 숙명여대 20명, 서울여대·성신여대 15명, 동덕여대 13명, 덕성여대 10명이 할당돼 상대적으로 적었다.

ⓒ 삼성그룹 홈페이지
ⓒ 삼성그룹 홈페이지

이에 삼성그룹 관계자는 대학 서열화 논란에 대해 “채용 편의상 만든 기준인데 대학 서열화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며 “대학 서열화라고 하면 연구·논문·교수 등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는 것인데 추천 기준 하나로 대학 서열화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여자대학과 지역 차별 논란에 대해서도 “그룹 전체 채용 인원 중 지방대가 35%, 여성은 30%나 뽑는다”며 “성차별이나 지역 차별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삼성그룹 입사자 수, 졸업자 수 등을 감안해서 기준을 정했다”며 “이공계 졸업자는 상대적으로 영남이 호남보다 많고, 여대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렇게 보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학 위에 삼성이 있음을 공표한 것”이라며 “전 세계에 유례없는 일”이라는 글을 올리며 삼성의 이번 조치를 비판했다.

경희대 이택광 교수도 27일 오전 라디오 프로그램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의) 서열화는 기존과는 다른 서열화”라 지적하면서도 “문제는 서열화 자체”라고 역설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번 삼성 ‘총장추천제’로 과거 SKY중심으로 대학에 할당되던 입사지원서 관행이 사실상 부활했다는 것이다.

지역이나 여성 차별에 대한 비판에 대해 이 교수는 “이공계 인력을 뽑는 목적에서 이공계 여학생이 별로 없지 않느냐는 삼성의 설명은 궁색한 변명”이라며 “할당제를 하겠다면 말 그대로 할당제를 해야 한다. 공평한 원칙에 맞추어서 해야 하는데 단순히 편의대로 이공계를 많이 뽑았다. 그러니까 나머지들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그 동안 기업과 한국 대학 교육의 대립에 앞장섰던 곳이 바로 삼성이라 강조하며 “삼성 때문에 맞춤형 교육이라는 것도 생기고, 기업 맞춤형 교육이라는 진로도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보는 SSAT라는 시험이 사실은 미국 수능 시험이다. 이는 한국 대학이 부여하고 있는 자격증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라며 “본인들이 만들어낸 기준을 통과할 경우에만 뽑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여기서부터 삼성은 한국 대학 교육과의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한국 대학 교육이 의미가 없는, 졸업장 따는 그런 교육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에 기업들이 기여하고 있는 측면이 이번 할당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삼성만이 아니라 한국의 기업들은 자신들이 인재를 뽑아서 본인들이 교육을 시켜야 한다”며 “그런 교육의 책임들이 기업들에게 있는데, 그 책임들과 비용을 사실은 대학과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이번 할당제와 같은 조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