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채동욱 전 총장’ 뒷조사 했다

“혼외자 소문 확인했을 뿐.. 국정원 직무범위 아냐”

국가정보원이 ‘채 전 총장 찍어내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정원 정보관(IO)이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 모군의 관련 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서울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문의한 사실을 국정원이 시인한 것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국정원은 4일 ‘국정원 정보관 송 모씨가 지난해 6월 유영환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채아무개군의 아버지 이름이 검찰총장과 같은지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국정원 정보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소문을 듣고 유 교육장에게 사실인지 여부를 개인적으로 문의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은 외에는 일절 관여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장영수)는 송 씨의 부탁을 받은 유 교육장이 채 군이 다니던 초등학교의 교장에게 채군 아버지의 이름을 문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유 교육장을 지난달 불러 송씨의 요청을 받은 경위 등을 조사했다.

ⓒ 국가정보원
ⓒ 국가정보원

하지만 국정원 해명은 논란을 가중시켰다. 오히려 국정원 정보관들이 안보·대공 업무와 무관한 일선 교육 현장까지 무시로 출입하며 직무 범위와 무관한 ‘소문’의 확인을 시도하는 등 온갖 정보를 끌어 모으고 있는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국정원은 ‘혼외자 소문’을 듣고 사실여부를 확인 했다고 했지만 이는 국가정보원법 제3조1항이 규정하고 있는 직무범위인 국외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국정원 정보관의 교육지원청 출입도 논란이다. 일선 교육지원청에서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과 관련한 정보가 수집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신 이번 경우처럼 정·재계 인사와 고위 공무원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강남 지역 학교에서 국정원 정보관이 교육지원청을 상시 출입하며 유력 인사들의 개인정보를 모아 관리한다면 국정원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이번 국정원 직원이 채 전 총장 혼외 아들 의혹 정보 유출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로 미운털이 박힌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움직였다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 동안 가장 유력한 정보 유출 배후로 여겨지던 청와대와 국정원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있는지 등을 검찰이 규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조오영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이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요청해 채군 가족관계등록부를 열람한 사실이 드러나 정보 유출 배후에 청와대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여기에 국정원 정보관의 등장으로 수사의 가닥이 복잡해진 것이다.

현재 검찰은 지난해 6월 비슷한 시점에 국정원과 청와대가 채군 관련 정보를 확인하려 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이 청와대 쪽 정보와 기류를 감지해 독자적으로 움직였을 수도 있지만, 청와대 또는 제3자의 지시 아래 국정원이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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