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역사학자들 “근현대사 외에 고대, 중세사도 엉터리”

최종 승인본 오류 652건.. “도저히 교과서로 쓸 수 없을 정도”

한국역사학계를 대표하는 한국역사연구회와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교육학회 등 한국사 관련 7개 학회는 19일 교학사 교과서가 심각한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며 “도저히 학교에서 교과서로 쓸 수 없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우재단빌딩에서 열린 ‘교학사 한국사 검토 공개 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우리는 연구만 하는 ‘백면서생’이지만 교학사 교과서가 심각한 오류를 포함하고 있고, 편향적이기 때문에 걱정하는 마음으로 나서게 됐다”며 “엉망진창인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보급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회를 연 이유를 설명했다. 설명회에는 원로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도 참석했다.

이날 교학사 교과서 최종본에 대한 오류가 하나하나 지적되자 이를 지켜보는 참석자들 사이에서 중간 중간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 go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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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명회에서는 그동안 집중적으로 지적됐던 근현대사의 식민사관과 독재 미화 뿐만 아니라 고대사와 중세사의 사실 왜곡 및 오류가 새롭게 제기 됐다.

고대사 분야에서는 5세기 가야토기를 ‘3세기 후반’로 잘못 표기하거나 고조선 영역이 아니었던 경북 상주에서 출토된 비파형 동검을 ‘고조선 출토유물’로 설명하는 등 교과서 내용과 동떨어진 자료사진을 활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고려 태조 왕건의 ‘훈요십조’를 설명하면서 ‘제6조 연등회와 팔관회는 임금과 신하가 함께 즐기기로 하였으니 마땅히 시행하라’고 기술해 원문의 정확한 의도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태조는 연등회와 팔관회를 강조하며 부처를 섬기고 토속신앙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는데, 이런 의미가 전혀 설명되지 않았고 ‘그저 임금과 신하가 즐기니 시행하라’는 식으로 잘 못 해석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교과서는 이 부분을 ‘연등회와 팔관회를 소홀이 하지 말라(리베르스쿨)’, ‘연등은 부처를 섬기는 것이고, 팔관은 하늘, 산, 물, 용신을 섬기는 것이므로 소홀히 하지 말라(비상교육)’ 등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날 역사학자들이 제시한 교학사 교과서 최종수정본에 담긴 오류 및 편향·검증되지 않은 서술은 ‘선사·고대사 93건’, ‘중세 59건’, ‘개항기 125건’, ‘일제강점기 259건’, ‘현대 116건’ 등 652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국역사연구회의 하일식 회장은 “지난 9월에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를 지적하자 집필진들이 오류를 곧바로 고쳤다”면서도 “일부에서는 오류를 잡아놓고 공개를 하지 말라. 왜 잘못된 교과서를 시정해주는 일을 왜 해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강하게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 회장은 “그런 점에서 이번 교학사 최종본에서 발견된 오류 말고도 발견되지 않은 부분도 더 많을 것”이라며 “사소한 오류를 제외하고 집계한 수치다. 정밀하게 검증한다면 1000건이 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교학사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면 수능과 공무원 시험 국사 문제를 풀 수 없다”며 “교육 외적인 동기로 일선학교에서 이 교과서 채택이 되면 이를 가지고 가르치는 교사들이 굉장히 괴로울 것이고, 교과서를 배워야 하는 학생들도 불행해질 것”이라 우려했다.

정연태 한국역사연구회 부회장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과 허구, 상식과 몰상식의 문제”라 규정했다.

정 부회장은 또한 “박근혜정부가 정상적인 판단을 한다면 결코 국정체제로 돌아가면 안 된다”며 “국정(교과서) 체제 전환은 유신체제 부활 또는 신(新) 유신체제를 만들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체제 전환에 대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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