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수정명령, 불가피한 조치” 정부 감싸기
역사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교육부에 자체 수정·보완했다고 밝힌 내용에서 또 다시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교육부가 구성한 수정심의회가 이 부분에 대한 수정명령을 내렸지만 잘못된 출전을 제시하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앙일보>는 “수정명령을 발동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된다”라며 정부 조처를 감싸는 모양새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2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교학사 교과서에 내린 8가지 수정명령 사항에는 ‘이승만의 위임통치 청원서’(257쪽)가 담겨 있다.
교학사는 자체적으로 이 부분을 ‘… 그리하여 한국을 극동의 완충국으로 만들어 놓으면, 어느 일국이든지 동아 대륙에서 침략전쟁을 쓰지 못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동양 평화는 여전히 보전될 것입니다’로 고쳤다.
이 과정에서 출처는 밝히지 않은 채 원사료의 ‘완충기’를 ‘완충국’으로, ‘침략정책’을 ‘침략전쟁’으로, ‘영원히’를 ‘여전히’로 잘못 베꼈다.
교육부는 이 내용에 대한 언급 없이 ‘국사편찬위원회, 대한민국임시정부 자료집 43’이라는 출전 표기를 하라고 수정명령을 내렸다고 <경향>은 전했다. 그러나 이 청원서가 실려 있는 원사료는 심의회의 명령과 달리 ‘독립운동사자료집 9’에 실려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공보 제28호(1921·7·20)’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의회가 제시한 출전 ‘대한민국임시정부 자료집 43’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우드로 윌슨 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영어편지의 번역본이 나와 있지만, 교학사 교과서의 표현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심의회가 전혀 자료를 찾아보지 않고, 엉터리 심의를 한 셈. 문제를 제기한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경향>에 “교학사 교과서 필진 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수정심의회의 전문성과 자격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교육부가 수정심의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편파성과 비전문성 때문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교육부의 수정명령 발동은 ‘불가피한 조치’라며 정부를 감쌌다.
<중앙>은 “한국사 교과서 혼란 서둘러 매듭지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교과서에 일점일획이라도 오류가 없는양 버티고 있는 저자들의 태도는 더 이상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북한의 토지 국유화가 마치 남한보다 우월한 방식인 것처럼 기술돼 있고, 주체사상은 인간 중심의 새로운 철학으로 인용되며 천안함·연평도 사건은 누구에 의해 벌어진 것인지도 모른 채 쓰여진 교과서를 그냥 놔둘 수 없지 않은가”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가 이런 잘못된 교과서 내용을 강제로 바로잡기 위해 수정명령을 발동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된다”며 “전국의 어떤 고등학교도 당장 신학기부터 사용할 교과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수정명령을 받아들이지 않는 출판사에 대해서는 발행 정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과서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