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섬 제주.. “사람 보다 공사 차량이 먼저라니”

문정현 “평화, 파괴된 것들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 사태와 최근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전국철도노조의 파업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육지 못지않게 저 멀리 남쪽 평화의 섬 제주도에서도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이 해군기지 사업에 반대하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제주 해군 기지 건설을 막기 위한 이들의 싸움에 대한 정부의 탄압은 일관적이다. 올해 1월부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정주민과 활동가는 600여명(중복 포함)에 이르며, 이들을 변호하기 위해 재판장에 선 변호사도 국선을 포함해 10여명을 넘나든다.

현재 해군 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구속된 사람은 22명이며, 법원의 선고를 받은 인원도 123명 가량이다. 이들이 법원에 납부해야 할 벌금만 2억4955만원이다. 과거 지불한 벌금과 앞으로 내야할 돈을 합치면 벌금만 수억 원대로 추산된다.

심지어 지난 달 21일에는 재판에 넘겨진 강정주민과 평화활동가 약 50여명이 같은 날 재판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재판정인지 강정마을회관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고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정현 신부를 비롯한 활동가들은 구속자 석방과 해군기지 반대를 위한 미사는 멈추지 않고 있다. ‘go발뉴스’가 찾아간 14일 오전에도 공사 중단 촉구 미사를 올리고 있었다.

미사가 열리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입구에는 반대시위로 구속된 22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나무판이 걸려있었다.

ⓒ ‘go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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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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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사회 각계각층 연대의 목소리는 희망버스를 타고 밀양으로 전해졌지만 제주도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연대의 손길은 이어지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는 주변 나무에 전국에서 보내진 뜨개옷을 입히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뜨개옷은 강정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뜨개 바느질 행동단 ‘강정의 코’에 연대하는 이들이 강원 원주, 충남 서산, 경기 과천 등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것이다.

활동가 신영호 씨는 ‘go발뉴스’에 “시위현장 분위기가 늘 어둡고 음습하다”며 “뜨개옷을 나무에 입히면 따뜻하고 예쁘다. 또한 지나가는 사람들이 뭐하는지 물어보면 해군 기지 반대에 대해 설명할 기회도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미사에서 문정현 신부는 불편한 몸을 지팡이 의지하며 “구럼비야 사랑해”라며 직접 마이크를 들고 ‘평화의 노래’를 불렀다. 문 신부는 이어 “강정에 평화”, “평화를 빕니다”라고 외쳤다.

ⓒ go발뉴스
ⓒ go발뉴스

한편 이날 미사는 경찰 측의 제재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공사현장 정문 앞에서 미사를 열려고 했지만 경찰들이 막아 선 것이다. 경찰은 공사차량의 원활한 운행을 위해 미사에 참석한 신부 및 수녀님이 앉아 있던 의자 채 들고 옮겼다. 그 사이 공사 차량은 공사장을 드나들었다. 분명 해군기지 공사장에서는 사람보다 공사차량이 먼저였다.

수년 동안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온몸으로 막으며 싸우고 있는 문정현 신부는 ‘go발뉴스’에 “정부가 국책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강정 주민들과 자연에 탈법, 편법, 불법을 통해 공사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며 “이 공사 때문에 강정주민들이 탄압을 받고 자연이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이어 “파괴된 이 모든 것들을 돌려놓는 것이 바로 평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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