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석 “밀실 쇠고기협상 100만 촛불집회 도화선 기억해야”
철도 민영화 우려를 낳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의정서를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재가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고된다.
26일 <프레시안>은 박주선 무소속 의원이 정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 15일 이같은 재가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다음달 3일 열리는 WTO 제9차 각료회의에 기탁서를 제출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통령 재가가 이미 난 상황인 만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결정이 조만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유럽 순방 중이던 박 대통령이 프랑스 기업인들 앞에서 “도시철도 개방”이 포함된 GPA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한 다음날인 5일, 정부는 GPA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기습 처리’했다. 이후 일부 야당의원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기습처리에 대한 비난이 일었으나 박 대통령은 15일 재가를 감행했다.
다음달 3일 이전에 대통령 재가를 받은 개정의정서를 WTO에 기탁하게 될 경우, 공공철도 조달 시장 개방은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프레시안>은 전했다. 특히 이번 개정의정서에는 도시철도 부분이 새로 포함됐다.
게다가 고속철도 운용사이자 향후 설립될 수서발 KTX의 운영 주체가 될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이미 포함돼 있어 철도 민영화에 대한 우려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은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도 의아하다면서 GPA는 GPA 회원국의 3분의 2가 개정의정서 수락서를 기탁한 날로부터 30일째에 발효된다고 전했다.
EU를 포함해 15개국 중 10개국이 기탁해야 하는데 외통위 소속 박주선 의원에 따르면 현재 기탁서를 제출한 국가는 네 곳(5월2일 리히텐슈타인, 11월18일 캐나다, 11월12일 노르웨이, 대만은 지난주 제출했으나 공시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 불과하다.
정부가 서두를 상황이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발언’이 있은 후 이를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프레시안>은 이같은 사실은 국회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회는 이번 사안이 헌법 등에 비춰 국민 경제 생활에 현저히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부가 국회 비준 절차를 밟지 않고 GPA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야당 간사인 오영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11월 4일 박근혜 대통령 유럽순방 중에 국회에는 일체 보고도 없이 외국기업인들에게는 먼저 이야기하고 바로 이어서 기다렸다는 듯이 국무회의서 졸속으로 기습 처리됐다”며 “당연히 국회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의원은 “정부가 철도산업을 시장에 공개 입찰한다면 외국자본이 우리 철도산업에 끼어들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며 “KTX부터 경전철까지 툭하면 멈춰서는 고장철이 돼버린 우리나라 철도산업의 현실에서 외국진출과 자본에 의한 장악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심재권 의원도 “정부조달협정 비준처리를 받지 않는 것은 불법”이라며 “국회에 비준을 받은 어떤 의안도 개정할 때는 똑같이 국회 비준절차를 법안개정이기에 받아야 한다. 이것이 일치된 법률관계 전문가의 견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의당 KTX민영화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원석 의원은 성명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과 통상절차법에 명시된 국회의 비준동의권을 무시하고 GPA 개정 의정서 비준을 재가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박 대통령은 비준 절차를 중단하고 즉각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박 대통령이 계속 국회를 무시하고 ‘비준 수락서 기탁’ 등 추가적인 비준 절차를 진행할 경우 철도를 지키고자 하는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지난 2008년 밀실에서 검역주권을 포기하며 자행한 한미 쇠고기 협상이 100만 시민들의 촛불집회의 도화선이 됐던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