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檢 진술내용도 ‘오락가락’.. 이재화 “국정원이 총감독한 연극”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제보자가 “국정원이 진술조서의 내용을 사전에 작성해와 조서 내용을 모두 읽어보지 않고 간인과 서명을 했다”고 증언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22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7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제보자 이모씨에 대한 반대심문에서 5‧10 곤지암모임과 5‧12 마리스타모임 녹취록 등과 관련한 이씨의 진술조서에 짜깁기 정황이 있다고 보고 이를 집중 추궁했다.
국정원에서 작성된 이씨의 진술조서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7월12일 오후 6시40분부터 조사받기 시작해 오후 10시5분부터 조서 열람을 시작한 것으로 돼 있다. 이씨는 당시 3시간 5분정도 조사 받았다고 진술했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조서를 보면 타이핑한 조서만 97쪽에 달하고 대부분 녹음내용을 그 자리에서 듣고 증인이 내용을 진술하면 수사관이 기재하는 방식으로 조서를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데 이 모든 것을 3시간 5분만에 끝냈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씨는 “국정원이 저의 편의를 위해 조서내용을 사전에 작성해왔다. (조서에 담길 내용에 대해) 몇차례 만나면서 얘기를 나눴고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 빠른 시간 안에 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답했다.
이씨는 또 “증인이 약 25분간 142쪽에 달하는 조서를 모두 열람하고 간인과 서명했다는 것이냐”는 신문에는 “오탈자 정도를 확인하는 정도”라고 했다가 추궁이 이어지자 “정독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5월 회합의 영상촬영도 자발적으로 했다던 진술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이 “그간 녹음만 하다 5월 모임에서 갑자기 촬영까지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국정원 수사관 문모씨가 ‘촬영할 수 있겠나?’라고 해서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특히 5‧10곤지암모임 당시 참석 대상자에게 “‘조직단위’ 모임이냐고 먼저 물어본 이유가 녹음을 의식한 것이냐”는 변호인단의 물음에는 침묵했다고 <뉴시스>는 전했다.
이뿐 아니라, 자신을 ‘RO(혁명조직)조직원’이라고 밝혔던 제보자 이씨는 이날 ‘RO 조직의 규약을 모른다’고 진술했다. <한겨레>는 이 제보자가 ‘우리의 수(首)는 누구인가’라고 물으며 사상교육을 했다는 대학 선배를 ‘RO 성원’이라고 국정원과 검찰에서 지목했으나, 공판에선 이를 번복하는 등 진술이 오락가락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석기 의원의 공동변호인단이 “RO 조직의 규약에 대해 들은 바 있냐”고 묻자 “5대 의무만 들었다. 정확하게 규약이라는 것은 듣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이씨는 또 국정원 조사에서 ‘RO 조직원’이라고 지목한 대학 선배 채모씨와 관련, 이날 공판에서는 변호인단의 ‘개인적 추정 아니냐’는 질문에 “(자신의 생각이) 틀린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전날 2003년 가을 자신의 ‘지휘성원’ 구실을 하던 채씨를 RO 조직원이며, 2004년 17대 총선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씨는 2003년 가을 서울 북한산으로 수련회를 간 자리에서 채씨가 ‘우리의 수(首)가 누구냐’고 묻자 ‘김일성 장군님과 조직비서 동지’라고 대답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한편, 이씨의 이 같은 증언 내용이 알려지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진술조서가 아니라 대본이다. 결국 내란음모사건은 국정원이 감독, 대본작성, 연출하고 제보자가 연기한 연극이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내란음모사건 제보자의 진술조서가 국정원이 사전에 작성해온 것이고, 5월 모임 영상촬영도 국정원의 지시로 한 것임이 변호인의 제보자에 대한 반대신문을 통해 밝혀졌다”면서 “핵심증거는 모두 자발적인 것이 아니어서 증거능력이 없다. 재판은 이미 무죄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파워트위터리언 레인메이커는 “점점 사건조작의 냄새가 난다”고 지적했고,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총체적 부정선거로 해체 위기에 몰린 국정원이 프락치를 매수해 조작한 사건일 가능성이 커지네요”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또 한 네티즌 ‘천**’는 “자수한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국정원 요원에게 사전에 녹음기를 전달받았다면 유리한 증거를 녹취할 목적으로 받은 것인데 어떻게 유리한 증거를 녹음할 의도의 대화를 유도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이것은 논리 모순이고, 거짓이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SNS상에는 “만약 이번 이석기 내란음모 재판이 국정원의 공작에 의한 걸로 판명된다면 국정원은 반드시 해체시켜야 한다. 간첩공작, 여론조작, 국론분열 등 국정원을 유지하기에는 그들이 지은 죄가 너무 크다”(수굴**), “야! 이게 프락치가 아니면 뭐가 프락치냐”(Am*****), “댓글다는 국정원도 슬프지만 더 슬픈 건 조작도 치밀하게 못한다는 거다. 우리나라 최고의 정보기관이 댓글이나 달고 있다는 게 슬프고, 증거 조작도 치밀하게 하지 못하는 무능함에 부끄럽다. 차라리 치밀하게 조작해서 속았더라면 이렇게 씁쓸하지는 않을텐데”(mi**)라는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