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이 국가정보원 불법 대선개입 수사 은폐 의혹에 연루되거나 성폭력 신고를 부적절하게 처리하는 등 업무상 문제를 일으킨 경찰관에 대해선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는 반면, 경찰 내부 문제에 비판적 견해를 드러낸 경우에는 초고속으로 문책해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14일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장은 지난 11일 갑자기 성동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전보조처됐다. 서울경찰청의 일선 경찰서 감찰에 대한 의견을 SNS에 썼다는 게 이유였다.

황 과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감찰이 경찰서 어느 사무실에 불쑥 들어갔는데 텔레비전을 보고 있거나 동료와 업무와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가는 곧바로 문책당한다는 괴담이 돌던데 사실이냐” 등의 글을 올렸다.

서울 동대문경찰서의 한 형사팀이 ‘근무시간에 졸거나 TV를 본 사실이 서울경찰청 암행감찰팀에 적발돼 해체됐다’는 한 신문 기사에 대해 의견을 쓴 것인데, 이 때문에 서울경찰청에 소환돼 2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문책까지 당한 것이다.

황 과장은 지난 6월 경찰의 국정원 사건 수사 은폐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는 등 소신 발언을 해왔다.

‘고속 문책’은 최근 송파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에게도 내려졌다. 국정원 사건 수사 담당자였던 권 과장은 ‘재판중인 사건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서울경찰청에서 경고조처를 받았다. 권 과장은 바로 전날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국정원 수사 때 윗선의 압력이 있었고 이를 경찰 내부에서 해결하기 힘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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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서울경찰청이 유독 ‘내부 비판’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성급한 경고와 인사조처를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전했다. 국정원 사건 수사 은폐 의혹에 연루된 경찰 간부들이 수사 대상인 국정원 직원 여러 명과 수십차례 전화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문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서초경찰서 소속 파출소가 미성년자의 성폭행 신고를 받고도 묵살하는 등 업무상 문제를 일으켰지만 아무런 징계조처를 하지 않았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경찰관은 <한겨레>에 “위에선 내부 비판을 하는 사람을 징계하면 기강이 잡힌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기만 떨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간부는 “개인적으로 쓴 글을 두고 하루 만에 수사과장을 인사조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전체 경찰의 입을 막으려는 조처로밖에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입막음 조처’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amer****)은 “구성원들의 입에 공포라는 자물쇠를 채우는 격. 어느 누가 건전한 비판과 발전적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비판했고, 또 다른 네티즌(vick****)은 “경찰은 자기들 내부에서 옳은 소리해도 내놓고 저렇게 조치하는데, 경찰에게 수사권 독립시키면 평소 미운털 박힌 사람들 조심해야겠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상부가 부도덕하니 직언을 해도 바로 잡을 수가 없는 상황. 웃기는 일이지”(walo****), “발전을 할 수 없는 나라. 조금이라도 남들과 다르면 왕따시키고 내치고, 옳은 말 하면 강등시키고. 썩은 문화”(mist****), “언제쯤 내부고발자들이 승진 1순위에 오를 수 있을까요. 꿈 같은 일이겠지ㅋㅋ”(edel****),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게 하면 그게 이북 김정은 군대지 우리나라 경찰이냐”(kkoo****), “소위 밥그릇 챙기기 아니겠냐. 정권초에 내부 관리 소홀로 윗놈들에게 찍혀서 출세길 막히기 싫다 이거 아니겠나”(diad****) 등의 비난 글들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