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이 언론인터뷰의 절차와 내용을 문제삼아 서면경고를 내리자 이에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는 권 과장이 국정원의 선거개입 수사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를 한 뒤 처음으로 경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는 모양새여서 관심이 모이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26일 권은희 과장이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의 절차와 내용을 문제 삼아 서명경고 조치를 내렸다. 언론 인터뷰를 하면 사전에 보고토록 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고, 관련 재판이 진행 중에 있음에도 개인적 판단과 사견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에 권 과장은 “절차와 내용을 모두 지켰다”며 반발했다. 권 과장은 “한국일보가 인터뷰 요청을 하자 서울청에 한국일보가 직접 협조 요청을 하라”고 했으며 “2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 뒤 24일에 정식으로 서울청에 ‘언론 예상보고’를 올렸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절차를 제대로 지킨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이 언론을 대응하는 방법은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수시로 ‘지침’ 형태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에서 다루는 사건이 언론에서 보도될 경우, 사전에 예상 보고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 때 일선 경찰은 인터뷰 내용과 보도 예상 내용 등에 대해 자세하게 보고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서울청은 권 과장의 인터뷰 발언에 ‘매우 부적절’하다고 문제 삼았다.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개인적 판단과 사견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청은 “국정원과 서울경찰청이 하는 말이 똑같은 것을 보고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 내부에서는 공식적으로 말할 절차도 없고, 이야기하도록 놔두지도 않는다”는 권 과장의 인터뷰 발언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며 문제 삼았다.

▲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팩트TV'

이에 대해서도 권 과장은 “사견을 말하지 않았다”고 일축하고 “국회 청문회와 재판과정 등 공개적 절차를 거쳐 이미 증언한 내용을 반복했기 때문에 국민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 ‘사견’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이어 “재판 절차는 재판이 판단하고 언론 내용은 독자들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서울청의 서면 경고 결정은 경찰청이 재판과 국민에 영향을 끼치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김현(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원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경찰청이 내놓은 해명은 거짓말이었으며, 진실규명 노력을 한 권은희 과장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또한 권은희 과장 인터뷰를 보도했던 한국일보도 27일 관련 기사에서 “권 과장은 보도전날인 24일 상부에 대략적인 인터뷰 내용을 담은 ‘보도 예상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한국일보도 17일 서울경찰청에 인터뷰 계획을 알렸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