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조선일보>보도 사전 예고…국정원 수사 검사, 내부 게시판에 ‘폭로’

국정원 사건 과정서 청와대․법무부 ‘외압’ 정황도 조목조목 기록

조선일보의 채동욱 ‘혼외아들’ 보도가 나가기 전,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검사들에게 조선일보의 보도 예정 사실을 알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는 청와대가 조선일보 취재와 채동욱 총장의 낙마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그간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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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에 따르면, 국정원 사건 수사에 참여한 한 검사는 15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검찰수사 외압 및 검찰총장 음해 의혹’에 관한 글을 정리해 올렸다.

해당 글에는 “민정비서관은 일부 검사에게 조선일보 보도 예정 사실을 알렸고, 그 무렵 일부 검사에게는 총장이 곧 그만 둘 것이니 동요치 말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적었다.

지금껏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검찰총장이 곧 그만 둘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다는 언론보도는 있었지만 채동욱 ‘혼외아들’ 보도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려진 것이라고 <노컷>은 전했다.

이 검사는 또 국정원 사건 과정에 청와대와 법무부가 외압을 넣은 정황을 조목조목 기록하면서 “법에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수사 외압이 직권남용 등으로 처벌받은 전례가 있고 위법한 방법을 통해 음해 정보 취득 및 사용 등 역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해 당사자들의 혈액형을 파악해 검찰을 압박한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앞서 <한겨레>는 지난 14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 관계자가 지난 6일 ‘채 총장의 혼외 아들이 있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직후, 대검찰청 쪽에 전화를 걸어 ‘채 총장의 혈액형이 A형, 혼외 아들의 어머니라는 임모(54)씨가 B형, 혼외 아들이 AB형인 사실을 확인했고, (혈액형은) 유력한 증거니까 채 총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2일에도 대검찰청 쪽에 전화를 해 ‘이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청와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겨레>와 수사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가기관이 공무원 신분인 채 총장 외에 <조선일보>가 ‘내연녀’로 지목한 임모씨와 임씨의 아들의 혈액형 정보를 확인할 ‘정상적이며 적법한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지역 일선 경찰서의 한 형사과장은 “국가기관에서 민간인의 혈액형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특정 인물이 수사대상이 돼야만 학교나 병원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서의 한 강력계장은 “범죄 피의자들이야 유전자 정보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민간인의 정보를 국가나 수사기관이 어떻게 알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임씨 아들의 혈액형은 해당 초등학교의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흘러 나갔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범죄 수사나 상급 학교 진학, 학술 목적 등의 예외규정 외에는 “학교생활기록과 건강검사기록을 해당 학생과 학생의 부모 등 보호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도 <한겨레>에 “어떤 법조항에도 수사 등의 정당한 목적 없이 국가기관이 민간인의 혈액형과 같은 생체 정보를 파악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는 없게 돼 있다”며 “엄밀히 따지면 이는 민간인 불법사찰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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