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한길, 양복에 넥타이 매고 와라”…‘드레스코드’ 논란

회담 의제는 ‘모르쇠’…SNS “회담을 옷이랑 하나? 학교 정문지도 할 태세”

청와대가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 회담과 관련, 양복 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오라는 드레스 코드를 요구해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회담의 내용보다는 의전과 예우를 갖추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겨레>는 민주당 당직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4일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노웅래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회동 때 김 대표가 정장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와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노 의원은 “국정원 개혁 문제를 의제로 다룰 것이냐”고 물었으나 박 수석은 “윗분(박 대통령)이 말씀이 없으셔서 (그것은)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한길 대표는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노숙투쟁을 시작한 지난달 27일부터 양복 대신 남방 셔츠 등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각계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11일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를 예방하는 김한길 대표 ⓒ'민주당'
지난 11일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를 예방하는 김한길 대표 ⓒ'민주당'

지난 11일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를 예방했을 땐 “복장도 좀더 단정히 하고 와야 되는 걸 안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이런 차림으로 뵙게 된 것이 죄송한데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비정상적이 아닌가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꽉 막힌 정국과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옷차림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라며, 청와대가 굳이 회동의 ‘드레스 코드’를 양복에 넥타이 차림으로 지정한 것은 김 대표의 이런 ‘패션 시위’가 박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 인사들이 ‘윗분’을 핑계로 일방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박 수석이 처음이 아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 12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3자 회동을 제안하겠다면서도 의제와 관련한 전 원내대표의 질문에는 “윗분의 말씀을 전할 뿐 다른 말은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몇 시간 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 역시 의제 관련 내용을 확인하려고 이정현 홍보수석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같은 말을 들었다. <한겨레>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정무적인 역할도 해야 하는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윗분 뜻’에 복종만 하는 봉건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일방적인 통보였다. 우리의 의견을 이야기할 기회는 전혀 주지 않았다”며 “(김 대표의 옷차림) 그대로 갈지 말지는 우리 마음”이라고 불편함을 비췄고, 박용진 대변인은 “국민적 관심사인 의제는 ‘윗분’의 지침이 없어서 말할 수 없다면서 김 대표의 복장과 관련해 일방적인 통보를 하는 게 영수회담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예의냐. 의제는 나 몰라라 하고 의전에만 관심을 갖는 정무수석은 (청와대) 의전과장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SNS에서는 청와대의 드레스코드 요구를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정의당 서주호 서울시당 사무처장(@seojuho)은 “어떻게 대통령이 야당 대표에게 이토록 무례할 수 있을까요?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3자 회동을 해야 하나요?”라는 글을 게시했고, 칼럼니스트 김영호(@ghyh44)씨는 “봉건왕조 시절 문무백관은 예관을 갖추라는 소리로 들리는 구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밖에도 “이거 하나만 봐도 왜 3자 회담을 하려 하는지 모르겠는가? 사진 1장 박고 아무 일도 없을 것”(mett*****), “이제까지 야당을 하위파트너로 취급하고 수없이 엿먹여놓고는 적반하장으로 예의 차리라고?”(Kdos****), “회담을 옷이랑 하냐?”(the*****), “제1 야당대표 복장까지 터치하나? 회담 힘드네”(blu****), “두 사람 맞선 보는 건가요?”(sol***), “중고등학교 다닐 때 하던 정문지도 할 태세네. 모자 앞 올리고, 후크 잠그고, 두발단정, 유색양말 금지..”(ddan*****) 등의 비난 글들이 잇따라 게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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