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프로젝트’ 한국영화 사상 ‘첫 상영 중단’ 사태

보수단체 압력으로 상영 이틀만 중단…정지영 “사상 초유의 일”

‘천안함 좌초설’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개봉한 지 이틀 만에 보수단체의 압력을 이유로 상영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정치적 갈등을 둘러싸고 상영 중인 영화가 중단 조치 된 경우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메가박스는 6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에 대한 예고로 인해 관람객 간 현장 충돌이 예상되어 일반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배급사와의 협의하에 상영을 취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5일 개봉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 ‘PPC-772천안’(천안함)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정지영 감독이 기획·제작하고 백승욱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해당 영화는 개봉 전부터 사건과 관련된 해군장교와 천안함 희생자 유족 등이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는 등 논란이 잇따랐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 중단 사태에 정지영 감독은 7일 오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관객이 많이 드는 영화를 어떤 단체의 압력으로 내린다는 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극장의 특성상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라고 밝혔다.

백승우 감독은 “세계영화사상 이런 일이 있을까. 있었다면 찾아보고 싶다”며 “내가 과연 21세기에 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개봉 직후 이틀 연속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하고 있었기에 더욱 안타깝다”고 밝혔다.

제작사인 ‘아우라픽처스’ 또한 이해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아우리픽처스는 “메가박스가 밝힌 공식적인 이유인 ‘일부 보수단체들의 강력한 항의로 인한 중단’이라는 뜻은 일제시대에 진행되던 ‘임검석(臨檢席)’의 부활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임검석은 일제시대 때 영화검열을 나온 순사들을 위한 좌석으로, 순사들이 자신의 기준에 거슬리는 내용이 나오면 주의와 함께 호루라기를 불었고 세 번 울릴 시에는 공연이나 영화 상영을 중단했었다.

메가박스 측의 갑작스러운 상영 중단 통보에 SNS에서는 비난이 빗발쳤다.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은 트위터에 “충격”이라며 “반북암흑시대”라고 꼬집었고, 파워트위터리안 레인메이커는 “정치가 문화를 통제하고 검열하는 시대. 독재와 파시스트의 다른 이름”이라고 비난했다.

배우 문성근 씨(국민의명령 상임운영위원)는 “이게 무슨 말? 법원도 ‘상영허가’ 했는데 무법천지네요”라며 “정치적 논란으로 상영 중 영화가 종영된 건 한국 영화사상 최초!”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 밖에도 “민주주의란 언제나 찬반이 엇갈리는 법. 의심과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표현과 감상의 권리가 침해당하다니.. 이게 나라냐?”(bl****), “어이가 없는 걸 넘어 참담하군요. 유신으로 회귀한 자유 대한의 파시즘, 자랑스럽습니다”(cine******),

“이러니까 더 궁금해집니다. 꼭 봐야할 영화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ohs****), “천안함 또 침몰!”(sin******), “영화상영까지 협박으로 막은 까닭이 뭘까? 뭐가 두려운 걸까? 그게 막는다고 막아질까? 이거야 말로 내란이다. 헌법적 표현의 자유까지 막아서다니, 검찰 뭐하냐, 상영중단 협박 배후를 밝혀라”(goj***) 등의 비난 글들이 잇따라 게시됐다.

메가박스에서 상영 중단 된 ‘천안함 프로젝트’는 서울 지역에서는 인디스페이스, 아트나인, 아트하우스 모모 등에서 관람 가능하다. 인천 영화공간 주안, 대전 아트시네마, 광주극장, 강릉 신영극장, 부산 아트시어터 씨앤씨, 대구동성아트홀, 부산 국도앤가람, 거제아트시네마 등 각 지역 예술영화전용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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