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경제민주화’ ‘국민대통합’ 등 관념의 궁전에서 내려와야”
‘쌍용자동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전국 천주교 사제 5038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26일 오전 11시 대한문 앞에서 열렸다.
선언문에는 전국의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 5038명이 서명했으며, 기자회견에는 문규현, 김인국 신부를 비롯해 50여명의 신부들과 수녀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적고 시국선언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는 “노조와 사측의 문제이기 때문에 종교는 할 일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며 “하지만 갈등이 계속 되고 있는데 이를 풀려고 하지 않는 정부는 무슨 소용이 있나. 누구의 정부 누구의 정부 이름을 내걸지 않더라도 정부는 국민의 갈등과 어려움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여자수도자 장상연합회 김미영 수녀는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 하지만 이 곳 대한문에는 없다”며 지난 4월 대한문에 있던 분향소를 철거한 공권력의 횡포를 비판했다.
이어 김미영 수녀는 “수도자가 거리로 나온 이유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사명 때문에 나온다”면서 “거대한 악이 만연하는 사회 시스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사회적 악을 양산하는 것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또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사제들은 “쌍용차 사태 국정조사와 민생에 관한 모든 약속들이 증발해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당장 경제민주화, 국민대통합 등의 관념의 궁전에서 내려와 평범한 애환을 진심으로 바라보라”고 주문했다.
한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지난 4월, 서울 중구 정동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가 철거된 이후 매일 저녁, 쌍용차 사태 해결을 기원하는 미사를 벌여 왔다. 이날로 미사는 141일째를 맞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