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100개 키워드 분석시 수사결과 달라져…“대통령이 뒤바꼈다”

네티즌 “증거없는 4개 골라 놓고 96개 결과는 파쇄?”

국가정보원의 댓글 의혹과 관련 당초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요청대로 100개의 키워드를 분석에 사용했다면 중간 수사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울경찰청 디지털분석팀은 지난해 12월14일부터 ‘국정원 댓글녀’ 김하영(29)씨의 노트북에서 나온 아이디‧닉네임 40개와 분석팀이 임의로 결정한 키워드 4개 등 44개의 단어로 하드디스크를 분석했다.

분석팀이 분석한 지 이틀 만인 같은 달 16일 오후 11시19분, 경찰은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청 분석팀이 정한 키워드는 ‘박근혜’, ‘문재인’,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등 4개였다.

22일 <경향신문>과 지난 6월 발표된 검찰 수사결과 등에 따르면, 서울청 분석팀은 하드디스크 분석 작업에서 김씨의 컴퓨터에 지난해 11월2일 ‘투****’라는 아이디가 작성한 ‘최고의 복지’라는 글이 html 파일 조각 형태로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이 글은 “공짜로 밥 먹여주고 공짜로 병원 보내주면 그게 최고인가? (중략) 부가가치세 1%만 더 올리려고 해도 우리나라 사람 절반은 들고 일어날 것 같은데?”라는 내용으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의 ‘무상복지’ 공약을 반대하고 있다. 동시에 “증세 없는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가 아닐까? 기업이 성공하고 그래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면 그것이 결국 훌륭한 복지가 되는 것이다”라는 부분을 적시해 정부·여당의 주장을 옹호하고 있었다.

국정원 직원이 특정 정치세력의 주의·주장을 비방 또는 옹호했다면 국정원법상 정치관여금지규칙 위반에 해당될 뿐 아니라, 선거개입 정황이라 볼 수 있지만 서울청 분석팀은 이를 확인하고도 눈을 감았다고 <경향>은 꼬집었다.

서울청 분석팀은 지난해 12월14일 김씨의 노트북에서 일련의 아이디와 닉네임, 해당 계정의 비밀번호 등이 담겨 있는 문서를 확인했다. 분석팀은 이 닉네임과 아이디를 통해 하드디스크는 물론 인터넷 페이지도 분석했다. <경향>은 이 과정에서도 수서서 수사팀이 보낸 키워드 100개를 참조했다면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서서 수사팀이 보낸 키워드에 포함된 ‘정당’으로 검색했을 경우에도 특정 정치세력을 비방하는 글이 발견된다. 지난해 12월6일 ‘세금이 아깝다 아까워’라는 제목의 글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겠다는 바람에 국제사회 전체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략)근데 이 와중에 북한 대변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통합진보당이 지난해 12월3일 북한의 정거리 로켓 발사를 두고 “과학기술자들에게 자문해 보면 둘(나로호와 북한 로켓)사이의 차이는 러시아제인가, 북한제인가 하는 것 외에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대변인의 논평을 비꼰 것이다. 이 부분도 중간수사결과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 경향신문
ⓒ 경향신문

이 글들은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서 서울청 분석팀이 확인한 글의 예시로 제시됐던 일부분에 불과하다. 서울청 분석팀이 인터넷에서 확인한 국정원 직원의 글은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일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울청 분석팀은 ‘야당을 비판하는 글이 나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 당시에는 양 후보인 박근혜, 문재인이 댓글(분석)범위였다”고 말했다.

ⓒ 팩트TV
ⓒ 팩트TV

이날 김수미 분석관(서울청 분석팀)은 ‘왜 키워드를 4개로 축소 분석했느냐’는 질문에 효율성을 이유로 들었다.

김 분석관의 이같은 답변에 자신을 프로그래머(사무자동화‧DB관련)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 (김**)은 서울경찰청 게시판에 “댓글 흔적을 찾는데 효율성이 웬말이냐”면서 “포탈 등 게시할만한 여러곳을 두루 두루 차근차근 분석했어야 맞는 것”이라고 김 분석관의 답변을 질타했다.

그는 검색 키워드가 4개일 때와 100일 때의 검색시간 차이에 대해 “4개에 대한 100개인 25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단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뿐”이라는 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검색결과가 많아져서 그것을 분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편하게 하려고 검색어 수를 줄였다면 그것은 분명한 직무유기요, 직무태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디 가서 경찰관이라는 말을 하기도 창피스러운 일”이라며 “그것을 전 국민이 보는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당신들의 용기가 부럽다”고 비꼬고는 “청문회가 아니어도 이미 그 기나긴 시간 녹화된 당신들의 자료를 조작‧은폐하는 CCTV동영상이 인터넷에 쫙 퍼져서 많은 국민들이 봤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한 네티즌(K_*****)은 “대선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분개했고, 아이디 ‘bea****’은 “이래도 딴소리 할건가? 국민이 우스워서 청문회 때 책임지지 못할 말을 했는가?”라고 비난했다.

또 ‘jj****’은 “키워드 4개나 100개 검색하는데 시간차이 별로 나지 않는다는 것은 전산기초 상식”이라면서 “권은희 제안 100개 키워드 묵살 이유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100개 중 4개 임의 선택해 분석한 결과로 댓글 없다고 발표한 수사결과...증거없는 4개열만 골라놓고 증거 있는 96개 결과는 파쇄했던 모양이다”(kang*******), “양심적 지식인들은 일어 서야 한다”(pal******), “위증인증”(love*****), “댓글이 하드디스크에 있다고 접근한 것부터 수사은폐 시작이고, 그 분석결과를 수사결과로 발표 지시한 것이 마무리였던 것이다”(mar*****)라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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