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전력 >‘외부바다’로 유출…교도통신‧AFP 등 ‘태평양’ 적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지상탱크에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된 사태에 대해, 일본 정부기구인 원자력규제위원회(규제위)가 사고 등급을 ‘중대한 이상 현상’에 해당하는 3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겨레>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20일 원전 지상탱크에서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오염수 약 300톤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규제위는 애초 사고 등급을 ‘일탈’에 해당하는 1등급으로 평가했다가 유출된 방사성 물질을 약 24조 베크렐로 추산해 하루 만에 ‘중대한 이상 현상’에 해당하는 3등급으로 올렸다고 <마이니치신문> 등이 21일 전했다.
이는 8개 등급(0~7)으로 구분된 원전 사고 국제평가기준(INES)에 따른 것이다. 3등급은 1997년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의 핵연료 재처리시설에서 화재와 폭발 사고가 났을 때와 같은 수준이다. 이번 등급은 오염수 유출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 사태와 같이 가장 심각한 사고인 7등급으로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21일 도쿄전력 쪽의 자료를 분석해 오염수 일부가 배수구를 타고 외부 바다로 바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탱크에서 배수구 방향으로 물 흔적이 발견된 점, 탱크 인근 배수구 방사선량이 시간당 약 6m㏜(밀리시버트)인 것으로 측정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도쿄전력은 “‘외부바다’로의 유출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외부 바다’라는 모호한 표현을 썼지만 교도통신을 비롯해 AFP 등 외신은 이를 ‘태평양’으로 적시했다.
문제는 사고의 원인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쿄전력은 현재 누수가 발생한 탱크는 확인했지만 유출 부위와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방사능 오염수 유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오염수 저장탱크 1060기 가운데 누수가 생긴 것과 같은 종류는 약 350개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는 건물 내부와 지하 수조, 지상 탱크를 합해 약 43만톤에 달한다. 여기에 지하수 유입으로 매일 400톤의 오염수가 늘고 있다.
지상 탱크의 총용량은 41만2000톤. 이미 80%가 넘는 34만톤이 채워져 한계상황에 임박했다. 지하 수조에 채웠던 2만4000톤의 오염수도 4월 유출 사고가 확인됨에 따라 지상 탱크로 옮겨 담아야 한다. 도쿄전력은 지상 탱크 용량을 2015년까지 70만톤, 2016년까지 80만 톤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이번 탱크 누수 사고로 전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국제평가기준 등급 부여는 임의로 이뤄진 것으로, 오히려 위험성을 감추려는 저의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겨레>에 “국제평가기준 0~3등급은 고장 수준을 나타내 역설적으로 방사능 오염수 유출이 경미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일 수 있다. 이미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7등급으로 선언해놓고 또다시 국제평가기준 등급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다른 의도에서 나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