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사상적 재단, ‘문화적 테러’…부끄럽다”
광주광역시가 광복절 기념식 축하 공연 때 쿠바 사회주의 운동가인 ‘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진 옷을 입고 공연한 광주시립소년·소녀 합창단의 책임을 물어 지휘자를 중징계하기로 했다.
<경향신문>보도에 따르면, 광주시는 18일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광복절 기념식 축하 공연에 부적절한 의상을 입고 공연을 했다고 판단했다”면서 “단장을 중징계하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호 광주시 문화관광정책실장은 “해촉, 정직, 강등 등의 징계 처분이 내려질 것이며 이달 안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처분 수위가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15일 광주빛고을문화관에서 열린 제68돌 광복절 경축식 기념 공연이다. 광주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이날 흰색 저고리를 입고 소형 태극기 2개를 머리에 꽂은 채 무대에 올랐다. 단원들은 먼저 ‘아리랑’을 합창한 후 이어 ‘광주는 빛이어라’를 부를 때 저고리를 풀고 검은색 바탕에 체 게바라 모습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5분 동안 열창했다.
이때 유신사무관 출신인 전홍범 광주보훈청장이 강운태 광주시장에게 “티셔츠가 기념행사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고, 강 시장은 “진상을 파악해 문제가 있다면 징계조치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광주시는 이날 자체 조사를 벌인 뒤 “고의가 없었고, 해프닝이었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없던 일로 넘어갔다.
그러나 광주시는 16일 일부 보수언론 등이 체 게바라 복장을 문제시하자 갑자기 입장이 달라졌다. 광주시청 안에서 “사회주의 혁명가 옷을 입은 것은 부적절했다”는 발언이 나온 데 이어 급기야 중징계 방침까지 결정된 것이다.
지휘자 이모씨는 “검은색 속옷을 배경으로 하얀색의 태극기를 더욱 돋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빌려 청소년들의 힘찬 희망을 담으려 했던 공연”이라며 “예산 부족으로 지난 6월 정기공연 때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 사서 입혔던 의상을 입혔을 뿐인데, 이것을 문제 삼고 있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지역 문화예술계는 “순수한 예술 표현을 문제 삼는 풍토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순태 작가(소설가)는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공연한 것이 아닌데도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문화·창조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가 예술적 상상력을 적극 권장해야할 판에 이런 표현을 문제 삼는 것은 역사 인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은 ‘광복절과 체 게바라는 만날 수 없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합창단 지휘자의 중징계를 검토하고 사상적 재단을 하려는 태도는 ‘문화적 테러’다. 광주의 한 자치구를 대표하는 공직자로서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