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女 ‘셀프감금’ 때 댓글 삭제했다

경찰, 축소·은폐하며 “다 죽는거야. 그건 진짜 다 죽는거야”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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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씨가 ‘감금’을 주장하며 오피스텔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동안 댓글 활동 등 자신의 게시물을 삭제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고, 한 분석관은 발견된 댓글이 없다는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입을 맞추며 “(알려지면)다 죽는거야”라며 스스로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15일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서울경찰청 증거분석실이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에 제출한 127시간 분량의 CCTV 영상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경찰은 지난해 12월 13일 김씨가 제출한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한 11일 이후 데이터가 삭제된 사실을 알아냈다.

김씨가 당시 ‘감금당했다’고 주장하며 오피스텔에서 나오지 않고 있던 그 시간, 김씨는 자신의 컴퓨터에 남아있던 댓글 활동과 게시물, 관련 데이터 등을 삭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이같은 사실을 하드디스크 분석 등을 통해 알고 있었음에도 중간수사결과 보고서에 내용을 담지 않았다. 수사관들은 CCTV에서 “글을 지웠어?”, “지가 지웠으면 아무것도 안 나오지? 그래야 내용이 안 나오지”, “빨리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야?” 등의 대화를 나눴다.

CCTV를 보면, 경찰은 하드디스크 복원으로 김씨가 쓰던 ID와 닉네임을 찾아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등에 정치개입 게시물을 올린 것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이유’라는 게시물에 추천을 누른 사실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남쪽정부’ 발언을 비판한 글 등을 찾아내기도 했다.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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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들끼리도 “추천해도 그 글을 추천하면 안 되는 것 아냐?”,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약간, 비방하는, 약간 성향이 편향이..”, “정치적으로 약간 중립을 지키지 못한 건 맞아. 그렇지 않아?” 라는 대화로 댓글과 게시물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경찰은 12월 16일 오후 수사결과 발표를 준비하면서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에 맞춰 말을 바꾸자고 논의하기도 했다. 한 수사관이 “이것은 나중에 파쇄”라고 지시하자 또 다른 수사관은 “네. 마지막엔 무조건 다 파쇄. 누가 보면 나라를 구하는 줄 알겠어요”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수사관은 “아니면 파쇄하기 싫으면 하드디스크랑 다 파란박스에 봉인하자. 보관할 거 봉인한 다음에 2~3달 기다려보고 세상에 별일 없다 그럼 뜯어가지고 wipe-out(파괴)하고”라고 말했고, 한 수사관은 “무조건 날려버려”라고 말했다.

수사관들 스스로 ‘댓글없음’의 수사결과 발표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내용도 CCTV에 담겨있었다.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16일 밤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1시간30분 전, 마지막 회의에서 한 수사관은 댓글을 발견했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을 맞추며 “다 죽는거야. 그건 진짜 다 죽는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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