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성에는 엄격, 잔인한 폭력에는 관대”
근친상간 장면 등이 문제가 돼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새 영화 <뫼비우스>가 세번째 심의 끝에 개봉할 수 있게 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뫼비우스>에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영등위에서는 영화에 선정적인 부분이 자극적으로 표현돼 있고 폭력성과 모방 위험 등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청소년이 관람하지 못하도록 주의가 필요한 영화로 판정했다고 설명했다.
<뫼비우스>는 앞선 두 번의 심의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제한상영가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는 등급인데, 국내에는 제한상영관이 없어 사실상 국내 상영이 금지된 셈이었다. 제작진은 두 번째 심의를 위해 1분 40초 분량을 잘라냈지만 역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고, 이번 세번째 심의에서는 2분 30초 분량을 삭제하고 제출했다.
이와 관련, 김기덕 필름의 김순모 PD는 ‘go발뉴스’에 “국내 상영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영등위 심사에서 인정을 받지 못해 안타까웠다”면서 “‘(재심의 결과)국내 개봉은 가능해졌지만 영화에 꼭 필요한 장면을 삭제하게 돼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뫼비우스>는 논란 속에서 제70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기도 했다.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던 ‘피에타’와 달리 비경쟁부문이다. 국내에서는 일부가 삭제된 편집본으로 개봉하는 것과 달리 영등위가 제한상영가로 판정한 원본 영화가 초청 대상이다.
<뫼비우스>의 제작진은 세번째 심의가 나오기 전에 영화 기자와 평론가, 감독 등을 대상으로 개봉 여부를 묻는 시사회를 열고 참석자의 30% 이상이 반대 의견을 내면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다.
지난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시사실에서 열린 시사회 후 찬반 투표에서는 107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개표 결과 찬성 93표, 반대 11표, 기권 3표가 나왔다.
영등위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자 김기덕 감독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예정대로 9월초 관객과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섭섭함 심경을 전했다.
김 감독은 “아직까지는 제가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고민은 한국사회에서 음란하고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영등위의 판단이 많이 아쉽지만 간절하게 개봉을 기다리던 스탭, 배우들에게는 예정대로 9월초에 관객들과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세 번의 심의 과정에서 성에 대해서는 엄격한 반면, 잔인한 폭력 살인에 대해서는 무척 관대하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천개이상 극장에서 하루에도 수십만이 보는데 그냥 둬도 십만도 볼까말까 한 뫼비우스의 심장을 이렇게 차갑게 도려내시니 많이 섭섭하다”고 영등위의 결정에 섭섭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그 것이 제 영화와 저를 보는 변하지 않을 그들의 시선이겠지요”라고 적고는 “이제 뫼비우스는 제 손을 떠났고 이 영화를 못 보게 하는 분들과 원판을 보고 싶은 관객들과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아울러 “빛을 알려면 어둠을 알아야 하고 밝음과 어두움이 같은 색임을 알 때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