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국무차장 “분위기 좋아지면 대운하안으로 추진하라” 지시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을 공식 포기한다는 선언 후에도 극비리에 진행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정부 비밀문서가 공개돼 4대강 사업 자체가 대운하를 위한 MB정부의 ‘대국민사기극’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30일 <노컷뉴스>는 민주당 김현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09년 2월 13일 작성된 ‘주요쟁점 업무협의 결과보고’라는 문서를 공개하며, MB정부는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 선언 이후에도 ‘대운하안을 폐기 처분하지 않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국민들에게는 대운하를 포기하겠다고 했지만 배후에서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대운하를 파고 있었던 사실이 5년 만에 밝혀진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감사원이 지난 2월 국토부 감사과정에서 수거해온 컴퓨터에 저장된 비밀문서들을 통해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내부용으로 만든 이 자료를 감사 결과 발표 때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를 보면 당시 회의에 참석한 박영준 국무차장은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둔 채 4대강 사업을 진행하라고 국토부에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차장은 “한반도 대운하 안은 지금 분위기로는 할 수 없다”며 “1단계로 국토부안(최소수심 2.5~3m)으로 추진하고 경제가 좋아지고 경인운하 등으로 분위기가 성숙되면 대운하안(최소수심 6.1m)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오정규 국책비서관도 “(국토부 안이나 한반도 대운하 안 모두) 궁극적으로 목표는 동일”하다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국토부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6월 19일 대국민담화에서 “대선공약이었던 대운하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습니다”라며 대운하 포기 선언을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감사원이 김현 의원에게 제출한 7월 18일자 ‘감사 결과 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12월 2일 균형위안을 보고 받은 뒤 ‘이상기후에 따른 홍수 및 가뭄에 대비해 사업을 실시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장래 예상되는 물 부족 발생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준설 및 보 설치로 확보되는 수자원량을 부각할 것’과 ‘수심이 5~6m가 되도록 굴착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해 2월 9일에는 대통령실이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가 재추진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고 상당부분 연구가 진행된 대운하 설계자료도 검토해 4대강 사업에 필요한 부분은 활용되어야 한다. 대운하설계팀과 금주중 추진방안을 마련하라”고 국토부에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6월 29일 라디오 연설에서 또 다시 “대운하의 핵심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를 연결할 계획도 갖고 있지 않고 제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습니다”라고 국민들을 속이기까지 했다고 <노컷>은 보도했다.
<노컷>은 이 문서들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김희국 당시 4대강 살리기 추진단장(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전제로 시행됐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번 국토부의 대외비 문서까지 공개된 만큼 앞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실시도 설득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