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비로 무장한 ‘2만5천 촛불’…朴 ‘침묵’ 규탄

지상파 3사 취재에도 SNS 통한 실시간 ‘셀프중계’ 봇물

굵은 빗방울도 촛불을 꺼트리지 못했다. 우산과 우비로 무장한 시민들은 꿋꿋하게 촛불을 손에 들고, 국가정보원에 대한 충실한 국정조사 요구와 파행으로 이끄는 새누리당 규탄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동안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을 규탄해 오던 촛불 문화제 참가 시민들은 침묵하는 청와대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을 촉구하던 시민들의 외침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옮겨갔다.

27일 오후 8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 개입 규탄 진상 규명촉구 제4차 범국민대회’에는 2만5천여명의(경찰추산 7500명) 시민들이 참여했다. 문화제 중간 중간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참가자들은 광장을 지켰다.

시민들은 무대에 올라 민주주의의 실종을 규탄하고 청와대의 ‘침묵’에 분노했다. 서울 대치동에서 온 한 청소년은 “시민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래왔다. 국민의 생활수준이 나아질 수 있다면 여야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출범 5개월 언론과 여당, 청와대는 과거 70년대 유신 독재 시절을 회상시키고 있다. 교과서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그 때 그 시절을 회상케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꼬집었다.

이 학생은 “윗물이 더러워 썩은 내가 풀풀 나는데 아랫물이 맑길 기대하는 심보는 뭐냐. 그 때 그 시절 국민이 아니다”며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의 ‘셀프 개혁’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셀프 하야’ 해야 한다”고 분노를 토해 시민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 이동호
ⓒ 이동호

중학교 3학년인 한 학생도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길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데 언제까지 우리 소리를 외면할 생각인가”라며 “대통령이라는 호칭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책임있게 사퇴를 표명하고 비오는 날에도 촛불 드는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규탄했다.

이집트에서 한국에 온 지 3년째라는 한 외국인은 “한국인들의 집회를 지지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왔다”며 “이집트에서도 무바라크 정권을 거치며 시위가 벌어지지만 절대 포기한 적 없다. 한국을 사랑하기에 좋은 나라가 되길 바란다. 포기말라”며 2만 5천 촛불에 지지를 보내 박수갈채를 받았다.

미국의 제니퍼 리씨도 전화연결을 통해 “부정한 방법으로 정권을 찬탈한 사람들에 대해 1인 미디어가 되어 각자 전하자”며 “우리들의 이런 노력으로 한층 더 민주주의가 성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당, 통합진보당 등 야당 정치인들도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작년 12월 16일 대선 토론 때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몰아세웠다. 댓글이 안 나왔는데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며 “누군가로부터 ‘댓글을 전부 지웠습니다, 댓글이 없습니다’ 라는 말을 듣지 않고서 그런 확신 있는 답을 할 수 있었겠나”고 비난했다.

박 의원은 “경찰은 이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댓글 흔적을 못 찾았다’는 중간 수사발표를 했다. 보수언론은 이 발표로 덮었다”며 “국민은 속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가 없이도 수사를 할 수 있어야 대한민국의 정의가 세워진다. 특검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박 의원 말에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다양한 공연과 동영상 등으로 분위기가 고조됐다. 대학생 평화기획단은 ‘아침이슬’ 등의 노래를 불렀고, 듀엣 그룹 ‘류&탁’은 유명 노래의 노랫말을 “박근혜 국정원 쌩깔래 아니면 책임 질래 어떡 할래” 등으로 개사해 시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동안 침묵을 일관해오던 지상파 3사가 모두 취재를 나온 가운데, 시민들은 수만의 시민이 모여도 보도하지 않는 지상파를 꼬집으며 SNS 등으로 활발히 광장 상황을 중계했다.

ⓒ'트위터'(미디어몽구)
ⓒ'트위터'(미디어몽구)

파워트위터리안들은 촛불 문화제 상황을 실시간으로 사진과 함께 중계했고, 시민들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집회 상황을 전했다. 함께 하지 못한 시민들은 이들의 글에 ‘추천’을 누르거나 리트윗 하며 소식을 퍼트려나갔다.

한 트위터리안(sky********)은 “9시 26분 서울광장입니다. 딸도 민주주의의 정의를 외칩니다. 철저한 국정조사를 외칩니다”라며 사진을 함께 게시했고, 또 다른 트위터리안(DOC*****)는 “언론에 보도 되지 않는 오늘의 서울광장”이라며 “언론에서 보도 안해도 SNS가 있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현장 사진을 올렸다.

이 밖에도 “서울광장이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며 촛불을 든 시민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이 모습은 방송과 언론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HBK****), “서울광장 오후 9시 호텔 4층에서 봤습니다. 촛불의 바다네요. 장관입니다. 감격입니다”(sim****), “지상파 3사 카메라가 보입니다. 지상파에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고, 나와도 무슨 의도로 나올지 궁금하지만 최소한의 양심을 믿어봅니다”(sama****),

“전경들도 엄청난 병력이 대기중이네요. 살수차와 방벽차도 대기중입니다. 그래도 분위기가 긴장되진 않네요. 평화로운 집회가 될 것 같습니다”(엉**) 등의 글들을 SNS 등에 게시하며 현장 상황 중계를 이어갔다.

한편, 대한민국재경향우회, 어버이연합 등 1000여명(경찰 추산 2800명)은 서울광장 맞은 편에서 ‘반(反)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국민대회’를 열고 맞불 집회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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