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베이 특별법’ 제정했지만 보상은 ‘미지수’
세계 주요 석유 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2010년도에, 삼성중공업은 2007년도에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 BP는 현재 파산할 지경에 이를 정도로 거액의 배상금을 물고 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원유 유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56억원만 지불해도 좋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26일 <한겨레>에 따르면, BP는 2010년 4월20일부터 87일 동안 미국 루이지애나주 멕시코만에서 최소 250만배럴(회사 쪽 발표)에서 최대 410만배럴(미국 정부 발표)을 유출했다. BP의 시추선이 폭발해 침몰하는 바람에 유정을 연결하는 파이프에 구멍이 뚫려 원유가 유출됐는데, 이 사고로 직원 11명이 숨지고 루이지애나와 플로리다 등 5개 주 해안이 초토화됐다.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 예인선과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는 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앞바다에서 충돌해 약 7만9000배럴(1만2547㎘)의 원유를 유출했다. 그 결과 태안군을 중심으로 해안선 375㎞가 기름으로 뒤덮였다.
두 사고의 피해규모는 차이가 크지만 두 회사의 피해 배상의 규모와 과정은 피해 범위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매우 다른 양상을 보였다.
삼성은 ‘법적으로’ 56억원만 배상하면 된다. 이는 어민들이 신고한 피해액 4조2271억원의 0.13%에 불과하다. 2009년 3월 24일, 서울중앙지법 파산1부(고영한 수석부장판사)는 “기름 유출 사고가 삼성중공업이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예외적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삼성중공업의 책임 한도를 56억 3400만원으로 정했다. 태안군 등 피해 지역의 기름은 전 국민적인 자원봉사의 힘으로 제거됐다.
삼성은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피해지역발전기금으로 10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했지만, 피해 어민들은 “피해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다”며 받지 않고 있다.
반면 BP는 현재 엄청난 배상금을 물고 있다. BP는 사고 당시 환경 복구에만 140억달러(약 15조6408억원)를 사용했으며, 피해 어민들과 기업들에게 배상금으로 110억달러(약 12조2562억원)를 지급했다. BP는 삼성의 58배 만큼의 원유를 유출했지만 피해 배상금은 훨씬 많은 2188배를 지출했다.
BP와 삼성이 더욱 비교되는 것은 피해 배상 과정이다. BP도 사고 초기에는 배상 요구에 대해 피해 어민들한테 원유 유출로 발생한 피해임을 입증하도록 요구했고, 이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BP의 행태에 대해 미국에서 비난 여론이 일자 비피는 태도를 바꿔 미 법무부와 합의에 나섰다. 이 때 미 연방정부는 ‘BP가 피해 배상에 성의를 보일 때까지’ 연방정부와 신규 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하는 등 BP를 압박했다.
반면에 한국 정부는 피해 어민들이 잇따라 자살하고 있는데도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사고 이후에도 거대 규모 국책사업을 여러 건 수주했다.
해양수산부에서 지난 23일 기름유출사고 피해주민을 지원하고 해양환경을 복구하라는 내용을 담은 ‘허베이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피해 주민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5년을 지나면서 고령의 피해주민이 사망해 자녀 등 상속인이 소송을 포기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안유류피해 민사소송을 맡은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지난 1월 1차로 2만1000여명의 피해민에 대한 사망여부 확인을 충남도에 요청했다. 그 가운데 3.61%인 761명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최근 2차로 4만3000여명에 대해 사망여부 확인을 충남도에 요청했고 현재 6개 도내 시·군이 주소지별로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