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 조사서 드러나…현대차 “우린 제3자, 보상 등 요구 못해”
현대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의 협력업체가 2008년부터 5년간 베이징시 미윈현의 한 대지에 수백톤의 폐기물을 버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지 주민들은 해당업체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기업들도 폐기물을 버렸다고 증언하고 있어 현대차 등 한국기업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5일 <한겨레>보도에 따르면, 국제 환경단체인 아이펜(IPEN)과 중국 환경단체인 그린비글(Green Beagle)은 현대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에 자동차 브레이크 부품을 공급하는 KB오토시스가 베이징시 미윈현의 대지에 폐기물을 버렸다고 보고했다.
환경단체들은 해당 토지를 직접 조사한 결과, 발암물질인 안티몬이나 중금속인 크로뮴(크롬)·구리 등으로 오염됐다고 밝혔다. 특히 안티몬의 농도가 102~1만500ppm에 이르러, 중국 정부가 정한 기준의 8.5~875배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케이비오토시스는 정확한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오토시스 외 베이징현대에 브레이크 부품을 공급하는 새론오토모티브 역시 지난해 11월 폐기물 문제로 지방 정부로부터 15만위안(한화 2800만원)의 배상과 청소 명령을 받았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5월 베이징현대에 협력업체의 위반이 사실인지 여부와 협력업체의 환경기준 준수를 위한 표준 존재 유무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환경단체로부터 질의서를 받지 못했지만 현대차 협력업체 관리 기준 가운데 환경 관련 분야에서 이들 업체가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대차는 제3자여서 협력업체에 오염물의 청소나, 토지 소유자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현대자동차는 원재료 채취부터 폐차에 이르는 전 과정에 엄격한 관리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며 “이를 협력사로까지 확대해, 대체 재료 개발과 환경 규제 준수 등에 이르기까지 협력사들과 공동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베이징시 미윈현의 미윈경제개발지구에 입주한 다른 한국 기업들도 폐기물을 투기한 의혹을 받고 있다.
현지조사에 참여한 조 디간지 아이펜 과학기술 선임연구원은 <한겨레>에 “주민들은 다른 한국 기업들도 폐기물을 버렸다고 증언하고 있다”며 “오염이 심해 토지에 아무 작물도 재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