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간부 자택서 수억원대 ‘현금 뭉치’ 발견

檢, ‘검은 돈’ 출처 집중 추궁…'원전 마피아' 연루 여부도 수사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에 공모한 혐의로 구속된 한국수력원자력 한 간부의 집에서 억대의 현금 뭉치가 뒤늦게 발견됐다. 이에 끊임없이 제기됐던 한수원의 금품로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8일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은 한수원 송모(48) 부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억대에 달하는 현금 뭉치가 담긴 사과상자를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송 부장은 황모(46) 차장과 함께 2008년 1월 한국전력기술 이모(57) 부장 등으로부터 JS전선 제어케이블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승인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20일 구속됐다.

검찰은 이 돈뭉치가 ‘JS전선’이나 시험업체인 ‘새한티이피’에서 흘러나왔을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JS전선’은 원자로 안의 원료봉이 녹아내리는 사고 발생을 미리 알려주는 제어케이블을 신고리 1·2호기와 경북 경주 신월성 1·2호기에 2008년 2월부터 2011년 9월까지 납품해 무려 59억원을 편취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2008년 말부터 불량 부품이 한수원에 납품된 것으로 볼 때 송 부장의 자택에서 발견된 돈이 한수원 고위직까지 전달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현 임직원의 계좌 추적 및 금품 수수 여부를 조사 중에 있다.

신고리 1,2호기 ⓒ환경운동연합
신고리 1,2호기 ⓒ환경운동연합

한편,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조작으로 촉발된 원전 비리 수사 범위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에도 위조된 케이블이 납품된 것으로 확인돼 검찰이 관련자들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 및 승인 과정을 조사 중이다.

검찰은 ‘JS전선’과 시험기관인 ‘새한티이피’, 승인기관인 ‘한국전력기술’ 뿐 아니라 발주처인 한수원 등 이른바 ‘원자력 마피아’가 함께 연루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6년과 2008년 ‘새한티이피’는 캐나다 시험기관에 의뢰한 후 받았던 시험성적서의 일부가 합격 판정을 받자 불합격 부분을 삭제하는 수법의 성적서 위조를 감행했다.

이에 ‘JS전선’은 한전기술에 ‘새한티이피’의 위조 성적서를 제출했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2009년 2월 5일에 즉각 승인을 받아 2월 11일 납품을 완료했다. 시험성적 승인을 받은 지 10여일만이다. 업계에 따르면, 성적 승인에서 납품까지 평균 50~60일 정도 걸린다.

원전 납품에 대한 잡음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한수원의 뇌물 수수, 납품 비리 의혹 등 사건들이 수면위로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는 시론을 통해 “한수원 간부가 억대 뇌물을 받은 것도 처음이 아니”라며 “문제의 제어케이블은 원전의 ‘신경계’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자칫 대형 원전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이런 불량 부품이 이미 가동 중인 원전은 물론 건설 중인 원전에까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연합’은 “이를 통해 납품업체와 시험 용역업체들은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고 한수원 간부는 억대 뇌물을 받은 것으로 추정 된다”며 “원전 비리를 뿌리 뽑으려면 무엇보다 이른바 ‘원전 마피아’의 끈질긴 유착관계부터 확실히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억대 현금 뭉치는 원전 비리가 얼마나 뿌리 깊고 폭넓게 저질러졌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라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지금의 원전 산업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원전비리를 뿌리 뽑기 힘들다는 걸 당국자들은 거듭 되새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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