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연애편지’ 다음날, ‘위로’ 인터뷰 나선 윤석열

“판단은 국민의 몫” 尹 헛된 근자감…직접 납득할 만한 해명부터 내놓아야

“2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자신의 ‘허위 이력’에 대해 해명과 사과를 했다.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 태반이었다. 닉슨처럼 문제되는 사안에 대한 소명보다는 감성적인 접근만 한 것이다. 

당장 인터넷에서는 ‘영상 러브레터’냐는 비아냥이 쏟아져나왔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신승훈의 노래 ‘아이 빌리브’를 배경으로 한 주인공의 내레이션을 패러디한 영상이 하루 새 조회 수 100만을 넘어 연설의 원본처럼 떠돌고 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일간지 칼럼에까지 진출했다. 김건희씨 사과 패러디 영상 말이다. 한겨레 정의길 선임기자는 27일 <“아이 빌리브..김건희!”>란 제목의 기명칼럼에서 인구에 회자되는 ‘밈’에 등극한 해당 패러디 영상을 바이든과 닉슨과 같은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의 연설과 관련된 일화와 연결 지으며 이런 일침을 전했다. 

“닉슨 자체가 장기집권한 민주당에 맞서는 ‘공정과 정의의 상징’이었다. 윤 후보도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한 ‘공정과 정의의 검사’로 대선 후보가 됐으니, 부인의 의혹에 억울해서는 안 된다. 더 큰 문제가 여전히 남았다(...). ‘아이 빌리브…김건희’라는 밈이 된 이유를 그들이 아직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하다. 국민의힘 및 윤석열 캠프는 물론 윤 후보 본인 역시 작금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당장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만 해도 라디오에 출연해 “눈물 쏟을 부분이 많다”며 두둔하고 나서지 않았는가(☞관련기사 :이수정 “눈물 쏟을 사과”라지만..‘김건희 영상편지’ 110만↑). 

그럼에도 군계일학은 역시나 윤 후보 본인이었다. ‘러브레터’냐는 세간의 비웃음이 무슨 상관이냐는 듯, 이번엔 본인이 나서서 아내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를 써버렸다. 이날 새장단을 했다는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유튜뷰 채널을 통한 셀프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기자회견 하루 만에 ‘위로’ 인터뷰 나선 윤석열 

“뭐 제가, 이제 끝나고 차 타고 간다는 얘기를, 제가 오늘 사무실에서 저도 뭐, 일이 좀 많았습니다. 회의도 있고 다음 주 일정에 대해 보고받고 준비할 것도 있고. 그래서 다 끝나고 이제 가고 있다고 제가 전화를 했죠. 그래서 수고했다고... 그랬더니 (정적) 너무 늦지 않게 들어오라고, 딱 이러고 전화를 끊더라고.

자기도 뭐 글쎄, 아마 오늘 또 이렇게 또 인터뷰를 한다고 시간이 걸리지만, 뭐 어쨌든 자기도 남편의 위로를 받고 싶지 않았나 싶고, 여자로서. 그래서 알았다고 제가...(침묵과 함께 눈을 깜빡이며)” (윤석열 후보)

▲ <이미지 출처=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공식 유튜브 채널 '윤석열' 영상 캡처>
▲ <이미지 출처=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공식 유튜브 채널 '윤석열' 영상 캡처>

“여자로서”란 여성성에 대한 강조는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남편의 위로” 운운 역시도 변함없는 부부 관계의 강조라 할 수 있었다. 유명 영화 주제곡은 없었지만 잔잔하고 감성적인 음악이 깔렸다. 윤 후보의 목소리마저 한껏 감정적인 무드에 휩싸여 있었다. 

눈물을 글썽인 것은 확실치 않다. 적지 않은 언론이 ‘눈가 촉촉’과 같은 표현을 썼다. 분명한 것은 “오늘 기자회견을 마친 김건희 여사님께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세요?”란 여성 인터뷰어 질문에 대한 위와 같은 답은 영락없는 김씨 ‘러브레터’에 대한 화답이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 부부가 이틀 새 생중계 카메라 앞과 공당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애틋한 마음을 확인했다고 할까. 앞서 윤 후보는 해당 5분여의 동영상 인터뷰에서 김씨 기자회견이 조국 전 장관 및 평소 윤 후보의 소신인 공정과 정의와 어긋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자 본질에서 벗어난 책임전가와 같은 답변이었다.  

“그건 온전히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죠. 제가 이게 뭐 그거(조국 전 장관 건) 하고는 다르니 어쩌니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는 거고. 그거는 뭐 온전히 국민들이 판단할 몫입니다. 제가 뭐 ‘그건 다 결혼 전 일이라 나와 상관없다’ 그런 얘기도, 저는 지금 (김씨와) 현재 부부지 않습니까. 그러면 뭐 그 전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도 국민들로부터 한꺼번에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그건 온전히 국민의, 그 판단은 국민의 몫입니다.”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는 윤석열의 자신감, 지속될 수 있을까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사과를 하랬더니 연애편지를 썼다’는 비판도 사실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김씨가 기자회견에서 했어야 할 일은 본인이 인정한 허위 및 과장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앞으로 수사에 임할 것인지 여부를 국민들에게 밝히는 일이어야 했다. 

하지만 김씨는 7분여 의 기자회견 동안 남편 자랑을 늘어 놨고, 부부간 돈독한 애정을 과시했으며, 그에 앞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감사함을 표시하는데 더 공을 들였다. 

그리고선 사전에 기자단과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질문도 받지 않고 퇴장했고, 기자들의 질문을 대신 받은 것은 국민의힘 관계자였다. 이후 장문의 해명문을 배포, 구구절절 사실 관계도 정확하지 않은 변명을 늘어놓았다. 김씨의 기자회견 영상 대신 패러디 영상의 조회 수가 월등한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다. 

남편의 위로는 본인들 집에서 부부끼리 하면 될 일이다. 윤 후보는 대선후보라면 공히 그런 위로를 계획된 인터뷰를 통해 국민들에게 공개할 시간에 본인이 직접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는 것이 순서다.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윤 후보. 국민들은 이미 여론조사 지지율을 통해 판단에 들어갔다. 그 자신감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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