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행보’ 尹과 말 달라…‘영부인 폐지’식으로 막을 수 없는 ‘학력 부풀리기’
“제일 인상 깊었던 점은 26분간 통화하는 중에 김씨가 기자에게 화를 내거나 기자가 그동안 써온 검증기사를 거론하며 비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기자는 물론이고 모친과 18년 동안 소송을 벌여온 정대택씨에 대해서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러한 태도는 풍부한 사회 경험 덕분인 것으로 짐작된다. 사람들과 많이 만난 경험이 남들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능력을 키웠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김씨가 윤 후보의 조용한 내조자에 그치지 않고 자기주도적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김씨도 ‘가식적으로 남편 따라 다니는 것은 싫다’라고 했다.”
24일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의 <김건희의 첫마디 “왜 저만 공격하세요?”> 칼럼의 일부다.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후보와 그의 가족들의 검증에 집중해왔다”는 구 기자는 최근 김건희씨와의 통화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단독 보도해 세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취재수첩 형식의 해당 칼럼에서 구 기자는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전언 형식으로 라디오 방송에서 발언한 내용이 와전된 것을 적극 해명했다. 김씨가 ‘오빠’라는 호칭을 쓴 것은 시실이지만 ‘청와대 초대’와 같은 요청은 선행된 질문에 따른 답이었다는 식이었다. 이미 구 기자가 오마이TV 등을 통해 이미 해명한 바 있고, 김 의원이 구 기자에게 사과했다는 사실 역시 이미 보도된 내용이었다.
이보다 눈길을 끈 것은 역시나 구 기자가 “제일 인상 깊었던 점”이라고 밝힌 위의 내용이었다. 구 기자는 그다지 기대치 않았다는 26분간 통화에서 김씨의 가식적이지 않고 당당한 면모를 확인했다고 했다. 공개행보 시점에 대해 김씨가 “언제 나가야 하는지 코치 좀 해주세요”라고 했다는 발언 역시 그러한 당당함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처음부터 공개행보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발언으로 진화에 나선 바 있다. 김씨와 직접 통화한 구 기자가 받은 인상은 달랐던 듯하다. 구 기자는 “둘의 말이 다르다”고 꼬집으며 이렇게 부연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각종 의혹과 논란으로 인해 심리적 부담이 커서 바로 나서지 않겠지만, 김씨가 늦지 않게 공개행보에 나설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김씨와 통화한지 9일 뒤인 지난 22일 윤석열 후보는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공개행보)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위에서 밝혔듯이 기자와의 첫 통화에서 분명하게 공개행보 의지를 피력했다. 둘의 말이 다르다.”
오마이뉴스 기자의 눈에 띄는 취재 후기, 그리고 뉴욕대 관계자의 팩트 폭력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것은 언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언행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사람은 세상에 차고 넘친다. 자기가 뱉은 말을 실천하는데서 오는 어려움을 겪는 것이야말로 세상 모든 장삼이사들의 고충일 것이다.
본인 스스로 “열심히 살았다”던 김건희씨 역시 이런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와 말이 다르고, 구 기자가 통화한대로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친다고 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허위 학력, 학력 위조 의혹(☞관련기사: 김건희 ‘허위이력’ 고구마 줄기.. ‘부풀리기’ 의혹 추가)이란 사실 관계를 말로 다 지워낼 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24일 미국 뉴욕대 스턴 스쿨(Stern School)의 교육 프로그램 담당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뉴욕대 스턴 스쿨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그제큐티브 프로그램(Executive program)은 외부 기관의 요청에 따라 2~5일 동안 대면 교육으로 진행되는 맞춤형 연수 프로그램’이라며 ‘해당 과정을 마친 교육생에게 스턴 스쿨 명의의 수료증이 지급되지만, 해당 과정이 학력으로 인정되거나 학점 인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해당 교육 과정에는 실제 뉴욕대 교수진이 강의를 하기는 하지만, 이는 외부 기관이 지급하는 비용 등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이라며 ‘일반적으로 미국 내 기업 등이 직원의 전문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운영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24일 헤럴드경제의 <[단독]뉴욕대 “김건희 5일 연수..학력·학점 불인정 기업체 위탁 유료과정”> 보도의 일부다. 해당 기사는 앞서 여당 및 일부 언론이 제기한 김건희씨의 ‘뉴욕대 5주 연수 서울대 문화콘텐츠 글로벌리더 해외연수 과정’에 대한 학력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뉴욕대 교육 프로그램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즉, 김씨가 안양대와 수원여대에 겸임교원으로 지원하며 뉴욕대 정규 과정이 아닌 단기 교육 과정인 ‘NYU Stern School Entertainment & media Program 연수’를 이력서상 학력란에 기재한 것은 명백한 학력 부풀리기의 일환일 수밖에 없는 사실 관계가 뉴욕대 관계자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이런 단기 연수 과정을 특이사항과 같은 별도 기재란이 아닌 무려 학력란에 기재한 김씨의 행동은 이력서를 써 본 국민이라면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이요, 학력 부풀리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윤 후보가 “영부인 호칭이나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는 미봉책으론 막을 수 없는 행태이다.
윤석열의 선거 캠페인과 김건희의 당당함
윤 후보의 선거 캠페인이 전부 그런 식이다. 본인의 평소 철학이 담긴 소신을, 단순 말실수나 언론의 진의 왜곡으로 돌린다. 장모 최은순씨의 범죄 의혹 및 법원 판결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 탓으로 돌리기에 여념이 없다.
역시나 부인 김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 및 수사 역시 진영 논리에 따른 음해나 음모로 왜곡하는 식이다. 선거 캠페인 전체가 남탓이요, 내로남불인 셈이다. 이미 질책과 비판이 쏟아진 그대로 조국 일가족 수사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김씨가 아무리 적극적이며 당당한 성격이요, 나라에 봉사하고 싶다고 부르짖어도 말이 행동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또 아무리 다수 언론이 김씨에 대한 검증보다 따옴표 저널리즘에 입각한 옹호에 매진한다 해도 언제든 사실은 드러나는 법이다.
김씨가 본인 인생을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는 중요치 않다. 영부인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철저히 검증하는 일이야말로 언론의 본분이요, 유권자들의 권리일 뿐이다. 여담이지만, 인생을 제일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직업군이 사기꾼들이라고 했다.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