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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목장의 결투’가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황교안 대표는 ‘등 떠밀려 출마’ 선언을 했지만 ‘황 일병’이 될지 ‘황 장군’이 될지는 국민과 종로구민의 몫입니다만 저는 역시 이낙연 후보 승리를 예측합니다.”
7일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현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같은 날 오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전격 ‘종로 출마 선언’을 두고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위와 같은 올렸다. ‘올드보이’을 자랑하듯 ‘빅매치’나 ‘대선 전초전’도 아닌 ‘종로목장의 결투’라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예측을 이어갔다. 자신은 오래전부터 “황 대표의 ‘등 떠밀려 종로 출마’와 ‘ 보수대통합 난항’을 강조해왔다면서.
“물론 황 대표의 종로 출마로 다소 유리한 입장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유승민 전 대표의 ‘대구 이별’이 난관입니다. 유승민 전 대표는 대구를 100m도 벗어나지 못 합니다. 만약 ‘대구 이별’이 이뤄지지 않으면 친박의원들은 박근혜 탄핵을 인정하는 사실을 감내하며 받아드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새보수당 몇 의원들이 한국당 입당으로 끌 나리라 예측합니다. 보수대통합은 물 건너 가지만 그들은 통합이라 주장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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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 종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황 대표의 전격 출마 선언 직후, 온갖 추측과 예측이 난무했다. 하루 전까지 결정을 미루던 황 대표가 결국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의 최후통첩에 무릎을 꿇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날 황 대표의 출마 선언 이후 김 위원장은 “고뇌 끝의 결단을 환영한다”고 화답한 바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험지’가 아니라 ‘사지’ 출마를 결정한 탓일까. 황 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어두운 길, 두려움, 험난한 길, 결단과 고통 등 단어 하나하나와 그 문장 형식이 마치 기도문을 연상케 했다. 직접 읽어 보시라. 물론 그 끝엔 종교라면 절대악 혹은 악마라 표현됐을 ‘문재인 정권’과의 사투가 자리하고 있었다.
“정치를 시작하며, 너무나 어두운 길을 걸었습니다. 그 길 위에서 제 부족함을 깨뜨리기 위해 저는 결단을 거듭하였습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단식을 할 때, 비로소 제가 어디로 가야 할 지 그 길이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제 곁에 있었던 여러분께서 그 길을 밝혀주셨습니다.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고통마저도 소중함으로 느꼈고, 가장 낮고 가장 험난한 길이 저의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험지보다 더 한 험지에 가겠노라 여러분께 약속하였습니다. 결국 그곳은 문재인 정권과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강력하게 싸울 수 있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사지 출마’ 선택한 황교안의 기도문
홍준표 : 공천탈락
김태호 : 수원출마(대학을 거기서 다님)
정진석 : 성북갑출마(고려대나왔는데 고려대가 거깄음)
정우택 : 중성동갑출마(성균관대나왔는데 그 근처임)
심재철 : 광주북갑출마(광주일고나왔음)
김광림 : 과천출마(과천에서 공무원 오래 함)
주호영 : 성남출마(거기서 판사함)
이주영 : 도봉갑출마(북부지법에서 판사함)
유기준 : 관악을출마(서울대나왔음)
7일 최성식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예상한 한국당 내 험지 출마 예상 후보 의원들이다. 최 변호사는 “(황 대표) 한 명 험지로 끌어내기가 이렇게 힘들다니”라며 “어쨌든 이렇게 됐으니까, 공천 혁신! 험지출마 가즈아!”라고 한국당의 혁신 공천을 응원하고 나섰다.
실제로 이날 황 대표는 “대표급, 지도자급이 앞장서야 한다. 내가 먼저 죽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며 “우리 당 여러 중진 의원들도 어떻게 하는 것이 이 정권을 심판하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지 고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콕 집어 누구라 말하진 못했지만 당 내 다선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를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세간에선 황 대표가 종로 출마로 그러한 당내 지분과 권리를 획득했다고 보는 쪽이 우세하다. 이를 입증하듯, 6일 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은 황 대표에게 “황 대표님, 유승민입니다. 만나고 싶습니다”란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고, 황 대표 역시 “만나자”고 화답했다는 후문이다. 자, 그렇다면 당장 발에 불이 떨어진 한국당 중진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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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15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14회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 참석,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사면초가’ 홍준표, ‘불출마 번복’ 김무성
“대표직 사퇴이후 처음으로 오늘 김형오 의장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서울 강북 험지로 올라 오라는 말씀이 계셨고 나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이삿짐 싸서 내려와 사무실, 선거 조직 셋팅 다 해놓고 예비후보 등록까지 하고 선거 운동을 시작 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서울로 올라 갈수는 없다고 간곡하게 말씀 드렸습니다.”
이쯤 되면, 가히 ‘눈물의 호소’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8일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에서 이처럼 김형오 위원장에게 ‘강북 험지 출마’를 제안 받았다고 밝히면서 “공관위원님들이 한번 불러 주시면 더 자세하게 말씀 드리기로 했습니다. 당을 위해 지난 25년간 할 만큼 했습니다”라며 “이젠 그만 놓아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호소했다.
전날 황 대표의 출마 선언을 두고 “환영한다”며 “당 대표가 선거 견인을 위해 종로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수도권의 한국당 붐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응원했던 홍 전 대표. 하지만 그 직후엔 자신의 공천과 관련해 “다른 선택지는 있을 수 없다”며 경북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 출마를 재확인 한 바 있다. 바로 이렇게 무소속 출마 의지까지 내비치며.
“내가 손바닥 위 공깃돌도 아니고 이제 와서 다른 선택지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고향 출마를 설득 못하면 무소속 출마를 당하느냐의 문제이고 공천되면 양지이고 제거되면 험지가 될 뿐입니다. 공관위에서 불러주면 설득해 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좌고우면 하면서 상황에 끌려 다니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것이 홍준표식 정치일 겁니다.”
한 마디로, 점입가경이다. 보수대통합은 한마디로 ‘도로 새누리당’ + 이언주’로 가닥이 잡히는 중이다. 새로울 것이 없다. 당선돼봐야 ‘초선’인 황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월등한 우위를 점한 이낙연 전 총리와의 대결이란 사지로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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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무성(오른쪽)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그러자 당 내 중진들까지 줄줄이 ‘험지’ 출마를 요구받게 된 한국당 중진 의원들 중 현재까지 승자는 누구일까. 바로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으나 어느 샌가 “험지 출마”를 외치고 나선 김무성 의원 아닐까.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7일 ‘야권 통합이 이뤄지면 광주, 여수 어느 곳이든 당이 요구하는 곳에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험지에 출마해서 떨어지는 게 통합된 신당에 도움되는 길이라고 하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계란을 맞더라도 호남에서 나라 망치고 있는 문재인 정권 심판을 외칠 각오가 돼있다’고 했다.” (8일 <조선일보>, <김무성 “광주든 여수든 어디든 출마, 계란 맞아도 文정권 심판 외치겠다”> 중에서)
하성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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