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을 ‘국회 진입’이라 말하는 보수신문

[신문읽기] 민주당 집회였다면 주류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자유한국당이 16일 국회에서 주최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한국당 및 우리공화당 지지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국회의사당 출입이 봉쇄되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오늘(17일) 동아일보 6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제목이 <한국당 지지자들 “날치기 반대” 국회 진입 시도>입니다. 기사에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고 했는데 제목은 점잖게(?)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고 씁니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인터넷판 캡처>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인터넷판 캡처>

국회 진입 시도가 아니라 한국당 지지자들과 국우세력의 난동이었다 

동아일보는 “집회 참가자들이 정의당 당직자를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 역시 폭행을 당했습니다. 이외에도 어제(16일) 국회에선 온갖 폭행과 욕설 등이 난무했습니다. 그런데도 동아는 6면에 ‘조그만 크기’로 기사를 배치합니다. 

동아일보가 배치한 사진을 보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집회 참가자들이 평화롭게(?) 국회 진입을 시도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난동’으로 여겨질 수 있는 사진들이 무척 많았음에도 굳이 ‘이런 사진’을 배치한 이유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 똑같은 집회를 했어도 동아일보가 ‘이런 비중’의 기사를 배치하고 ‘이렇게 점잖은 제목’을 달았을까 – 의문이 드는 이유입니다. 

‘이런 톤다운 지면배치’는 중앙일보도 비슷합니다. 중앙은 오늘(17일) 8면 <“문희상 잡으러 가자” 한국당 지지자에 국회 정문 뚫렸다>에서 “자유한국당이 16일 국회 본청 앞에서 진행한 행사에 당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국회가 온종일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자세히 보면 ‘매우 조심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경찰 및 다른 정당 관계자들과 폭행 시비를 빚었다”와 같은 표현들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폭행 시비를 빚은 게 아니라 일방적인 난동을 부린 것이고 무차별적인 폭행과 폭언을 한 겁니다. 

‘한국당 지지자에 국회 정문이 뚫렸다’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은 이 같은 난동이 자유한국당의 ‘방조와 묵인’ 하에 진행됐다는 점입니다. “극우세력과 결탁해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는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지적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인터넷판 캡처>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인터넷판 캡처>

저는 보수신문은 물론이고 상당수 주류 언론이 왜 이렇게 이 문제를 ‘드라이하게’ 보도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오늘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를 보면 ‘자유한국당 지지자들과 일부 극우세력이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는데도’ 심각하게 이 문제를 다루지 않습니다. 

경향신문도 1면 ‘포토뉴스’ <‘극우’ 몰고 온 한국당…국회 본청 난입 시도>로 ‘짧게’ 언급했을 뿐입니다. 한겨레는 6면 <국회 난입 태극기부대 반긴 황교안 “이미 승리한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지만 사설이나 칼럼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사설 말미에 “폭력으로 국회법을 무력화하려는 행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지적한 게 전부입니다. 

국회를 ‘무법천지’ 만들어도 조용한 언론…언론사 난입 때도 이럴 건가 

오늘(17일) 서울신문이 보도한 것처럼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던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 단체들이 국회를 마비시킨 초유의 사태를 빚은”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레거시 미디어들은 ‘조용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서울신문의 오늘(17일) 5면 기사 제목은 <욕하고 머리채 잡고… ‘무법천지 국회’ 만든 한국당 지지자들>이었는데 저는 최소한 언론 보도는 이렇게 해야 온당하다고 봅니다. 그만큼 어제(16일) 국회 상황은 그냥 넘어가기엔 심각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주류 언론들은 ‘국회 난동’을 일부 지지자들 문제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회가 난장판이 되도록 ‘만든 데에는’ 한국당 책임이 매우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상황 때문입니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가 직접 국회 앞마당까지 나가 시위대의 경내 진입을 환영했으나 공식행사가 끝난 후 ‘나 몰라라’하며 국회 점거를 방치했다.” (서울신문)

“한국당 의원들이 행사 시작 전 국회사무처의 신분증 확인 등에 항의하면서 국회 정문이 열렸고, 지지자들은 국회의사당 앞에 대거 집결했다.” (한겨레) 

“국회 사무처는 이들이 국회에서 ‘난동’을 부릴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해 국회 출입문을 폐쇄하려 했다. 한국당 소속인 이주영 국회부의장과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가 사무처의 출입 봉쇄에 항의하면서 평화집회를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국일보)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오늘 서울경제는 <황교안 폭도 수괴같아···국회 집회에 당 내에서도 “역효과 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다소 거친 표현을 쓰긴 했습니다만 저는 그만큼 어제 ‘국회 난동’과 관련해선 자유한국당 책임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과 다른 당 국회의원 등을 폭행하는 모습이 공개되자 ‘역효과가 났다’며 황교안 대표와 지도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와 같은 기사를 통해 한국당의 책임을 환기시키는 보도가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주류 언론의 방점은 ‘다른 곳’에 찍혀 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극우 세력에게 매우 ‘관대한’ 한국의 주류 언론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고발뉴스TV_이상호의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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